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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꽁 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농부2 2008. 1. 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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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꼭 온다는 것을 믿습니다.

복수초를 보고...

 

 

 

사업자들이 광양시를 통해서 환경청에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정밀조사를 진행할 수 없으므로 차폐림으로 사용할 몇 십 그루만 남기고 강제 벌목을 강행하겠다는 내용의 문의에 대한 환경청의 답변입니다.

분명 주민들과 타협하여 공동조사를 통하여 해결하라는 내용인데 정밀조사를 중단하게 된 모든 잘못을 주민들에게 덮어 쒸우고 이제 강제로 벌목을 강행하겠다니 지난 여름 이 파렴치한 사업자들이 6,25 때처럼 야밤을 이용하여 도발하는 수법에 당해 본 경험이 있는 주민들이 살이 떨려 잠을 이룰 수가 있겠습니까?

 

26알 새벽, 밤새 뒤척이다 늦게 잠들어 깜짝 놀라 달려 가 보니 모두들 새벽 3시부터 이렇게 나와 있었다네요...

 

25일 오후 늦게 통보를 받은 상태라 어떻게 준비할 틈도 없이 그저 맨 몸으로 나와 맨 바닥에서 동이 트는 새아침을 맞이할 수밖에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다행스럽게 사업자들이 나오지 않아 아무런 사고없이 밤을 넘기게 된 것만으로도 고맙다 해야겠지요.

아마 뒤에 있는 청룡산 소나무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27일 새벽, 간밤에는 미안한 마음에 밤새 몇 번을 깨어 시간을 보다가 4시가 되어 나갔더니 이웃 아주머니 혼자 나와서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함께 모닥불을 피우고 몸을 녹이고 있으려니 차가운 새벽 바람이 가슴으로 파고 드네요.

참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막아 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랴 하는 생각이 뒤따라 오네요.

 

뒤이어 이웃 주민들이 나오고 그래도 오늘은 볏짚이라도 마련해다가 깔고 앉으니 한결 온기가 느껴집니다.

 

뜨거운 차 한 잔이라도 마실 수 있어서 한결 견디기가 수월했습니다.

지난 일년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살았지만 그나마 한 가지 얻은 것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똘똘 뭉칠 수 있는 이웃 간의 정이겠지요.

이렇게 또 하루를 견디어 냈습니다.

 

 

집에 들어 오니 연못 가에서 철없는 복수초가 이렇게 활짝 웃고 있는데, 복수초도 때를 잘못 타고 나와서 늦추위에 꽁꽁 얼어 붙었네요.

동병상련이라고 복수초가 얼어 있는 모습이 꼭 우리가 당하고 있는 처지 같아서 짠한 마음에 다시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도.. 겨울 바람이 아무리 매섭고 추워도.. 봄은 꼭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오늘도 살을 에는 칼바람을 견디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