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찾은 보물...
산신령을 찾아라!
30년만에 찾은 보물...
우리 동네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광양시 진상면 청암리 1구로 30여 세대 7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작은 고개를 사이에 두고 세 마을로 나뉘어 청룡마을, 도원마을, 중양마을로 따로 불리우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청룡마을이 내가 사는 마을인데 겨우 10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것이다.
워낙에 작은 마을이라 평소에도 한 식구처럼 자주 모여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좀 특별한 일을 하기 위해 하우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점심시간에 모였다.
서로 일손을 거들어서 간단하게 만든 수제비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우는데,
이제 다 비웠으니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 봐야지...
30여년 전부터 땅주인들이 밭곡식을 짓지 않는 바람에 주변의 대밭이 빈 땅을 차지해 버렸는데 오늘은 이런 잡목들 속에 묻혀 버린 보물을 찾아 나선 것이다.
대나무를 베는 일은 내가 맡고 뒤에서 치우고 풀을 베고 잡목들을 제거하는 일은 동민들이 맡아서 했는데, 비닐 하우스에서 하는 자기 일들도 바빠 낮 시간에만 잠깐 거들어 주는 주민들이 있을 때 하나라도 더 치우려고 하다보니 이 일도 정신없이 바빠서 다른 사람들 일하는 모습을 못 찍어서 아쉽네.
짧은 시간에 넓은 대나무밭을 다 정리 할 수도 없고 대나무를 베니 톱날도 빨리 망가져서 우선 필요한 부분만 대충 정리를 했는데...
뭐시 배깅가?
이 정도면 대충 모양새가 나오기는 하는데...
텃밭도서관에서 불과 100미터도 되지 않는 동쪽 산마루 언덕 윈데 여기가 어린 시절 우리 동네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마을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꿈을 키우던 천연 놀이터였고 꿈동산이었던 곳이다.
그동안 칡넝굴이나 온갖 잡목들로 덮혀서 아무도 이런 보물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나 역시 항상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이 곳이 사유지라 함부로 손 댈 수도 없고 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가 마을 앞에 있는 아름다운 청룡산을 잃게 되면서 주민들이 이것이라도 다시 찾아서 아이들에게 물려 주자는 나의 제안에 뜻을 함께 모아 주어 이렇게 다시 하늘 아래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작은 트럭처럼 보이는 이 바위에 앉아 차 한번도 타 보지 못한 시골 아이들이 운전놀이를 하며 세상 밖을 동경하며 꿈을 키웠고 앞이 탁 트인 산마루에서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대처로 나가는 신작로를 보면서 꿈을 키우기도 했던 곳이다.
온갖 잡목들 속에서 없는 듯이 숨겨져 있다가 30여년의 시공을 넘은 후에야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바로 이 얼굴이다!
아직 머리 위에 덮고 있던 담쟁이넝쿨을 다 털지 못한 모습이지만 어찌보면 승리의 월계관인 듯 보인다.
정면으로 내려다 보이는 망가져 가는 청룡산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가 만들어 올린 것인지...
어린 시절.. 그저 뜻도 모르고 '매선 바구'라고만 부르며 동무들과 어울려 뛰놀았었는데 이 곳을 찾아 와서 둘러 보던 불무님이 매선 바위라고 불리었다는 소리를 듣더니 "그럼 산신령바위네!"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매나 뫼나 산이라는 말을 별다른 구분을 두지 않고 사용했던 지역 말과 신선이나 신령을 뜻하는 선자가 모인 이름이었다는 걸 생각하니 조상님들이 이 바위를 얼마나 신령스럽게 모셨던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고 여태까지 방치해 두었던 것이 얼마나 무지한 짓이었던지 생각할수록 죄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아프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아직도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잡목들을 제거하여 시계를 더 확보하고 예전처럼 청룡마을과 도원마을을 잇는 고갯마루에서 쉽게 이 얼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일들이 남아 있고 주변에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서려는 잡초들을 치우고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여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면 아직도 할 일은 많다.
이 작은 바윗굴 속을 드나들며 꿈과 담력을 키웠던 동산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물려 주어야 할 큰 짐이 남아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싸움을 하면서도 청룡산을 지키지 못해 깊은 상처를 받은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정신적인 지주를 찾아 새로운 화합의 장으로 열어가기 위해서라도 이 바위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이런 바위에 대한 전문적이 지식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바위의 형성과정에 대한 조언도 듣고 싶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행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도 알고싶다.
하찮은 바윗덩어리들이지만 그 가치를 알고 가꾸어 나간다면 청룡산과 매선 바위만으로도 참 좋은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고 대대손손 후손에게 물려 줄 이야기가 있는 마을이 될 수도 있을텐데...
그래도 산신령바위는 이렇게 되살아 나서 언제까지나 청룡마을을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