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살이집 한 채(제9화)
오막살이집 한 채(제9화)
집 짓는 일이 장난이 아니란 것이 실감나네.(5. 30.)
세상 일은 항상 욕심이 일은 낸다.
넉넉해서 짓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뭣이든지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일은 더 더디어 지고 몸은 또 몸대로 고생을 하게 된다.
깊은 산골에 베어져 있는 삼나무들을 처음에 산 사람이 워낙 도로 여건이나 작업 환경이 좋지 않으니 중간에 포기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 몰라서 사지 못하고 애닳아 하던 터라 곧바로 현지 확인을 하였다.
지난 겨울에 베어진 삼나무들이 제법 말랐고 적당한 길이로 절단까지 되어 있었으나 계곡을 건너야 하고 길도 없는 골짜기 속에 마구잡이로 베어진 채 쌓여 있는 나무들을 들어 낸다는 일은 나무는 욕심나면서도 얼른 결정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마침 인천서 학교 다니는 작은놈이 친구들을 대여섯명 데리고 갈테니 일 시킬 것 있으면 시켜 보라는 연락을 받은 터라 일을 해 보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시킨다는 것이 무리겠지만 한번 붙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나무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주말이 되니 친구들이 사정이 생겨 못 오게 되었다고 두 아들만 모였는데.. 그렇다고 한다고 한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정말 무식하면 겁이 없다고... 무식의 극치를 철저하게 겪은 하루였다.
계곡 안에 있는 나무들 중에서 서까래로 쓸 만한 것들만 골라 내서 계곡을 건너 올려 놓으면 두 아이들이 200 여 미터되는 도로까지 메어다 나르는 일이었다.
시작할 때는 오전에 50개, 오후에 50개만 메다 나르면 끝이라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갈수록 내가 메어다 내는 여건이 나빠지고 서까래용보다는 기둥감으로나 씀직한 통나무들이 대부분이고 보니 혼자 가려내고 메어내는 일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있을 때 하지 않으면 이런 힘든 일은 인부 구하기도 쉽지 않고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라 하나라도 더 들어내려고 이틀 전부터 말썽을 부리던 다리로 무리를 했으니...
예전 군대는 봉체조라도 해서 이런 것 들어 올리는 훈련이라도 받았겠지만 요즘 군대서는 그런 것도 해 보지 않았다는데 완전히 유격훈련을 다시 받는 기분이었을 것이여~!
그래도 젊었으니까 잘 견디어 내며 오전 목표 50개는 겨우 메어 낼 수 있었는데 이제 차에다가 실으려니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네.
통나무 하나에 50kg만 계산 해도 2.5톤이 되는데 차는 1톤짜리고 실제로는 더 큰 나무들이니... 그렇다고 몇 개 남겨 두고 다시 오기에는 너무나 멀고 험한 길이라 또 무식한 티를 낸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실고 출발할 때도 무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집에 도착하고 보니 바퀴는 거의 적재함에 닿았고 뒷문은 반이나 쪼그라져 내려 앉아 있었으니 차가 중간에서 주저앉지 않고 집에까지 와 준 것만해도 정말 기적이었다는 사실을 통나무를 다 풀고 난 후에 실감할 수 있었다.
겨우 한 차 싣고 온 것만으로도 완전히 퍼져 버리기도 하였지만 남은 것들은 너무나 굵어서 도저히 한 둘이서 움직일 수 있는 규격이 아니라 더 이상 욕심을 낼 수도 없었는데 나중에라도 한가한 시간에 장비를 동원해서라도 들어 낼 방법만 찾아진다면 실어 내다가 훗날 통나무집 짓는 일도 한번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직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주말이라고 모처럼 집에 와서 애비 덕에 실컷 고생들은 하였겠지만 그래도 불평 안 하고 거들아 주는 녀석들을 보니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
그런데 오두막집을 짓겠다고 준비를 하다가 이렇게 좋은 서까래를 구해 놓고 보니 또 뭔가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다.
아직 한 20개 정도 부족한 것이야 사다가 쓴다 하더라도 미리 준비해 둔 재료들하고 잘 어울려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아무튼 많이 마른 나무들이기는 하지만 장마 오기 전에 다듬어 더 말려야 할텐데, 들판에는 거두어 들일 것도 많고 다시 심어야 할 것들도 끝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세월이 바로 총알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