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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막살이집 한 채(제13화)

농부2 2009. 9. 11. 21:36
오막살이집 한 채(제13화)

오막살이집 한 채(제13화)

이제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네..

 

 

어제 늦게 제재소에서 켜다 놓은 문틀 나무들을 다듬을 차례다.

 

이렇게 껍질 벗기는 일에 귀한 목수 손을 쓰게 할 수가 없으니 부지런하게 서까래 만들면서 갈고 닦은 실력 발휘를 해야지.

그런데 마무리가 될 줄로 알았던 돌멩이들이 또 부족하단다.

 

 

간단하게 생각했던 것인데 기초 높이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모든 일꾼들이 하루 일을 더 하고 힘도 엄청 소모하게 되었는데 이 돌 운반하느라 진이 다 빠지게 생겼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는 석산에서 주워 오는 것은 계산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방이랑 부엌이 나누어 지고,

 

아쉬울 때는 못자리판도 유용하게 쓰인다.

 

 

마루랑 방도 구분이 되는데 마루밑에 흙을 채우는 일 정도는 거들어야 조금이라도 빨라지겠지.

 

부엌 바닥도 너무 깊어 흙을 채우려니 그것도 힘든다.

 

부엌이랑 화장실이 다시 나누어졌다.

부엌은 조리를 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아궁이에 불만 넣을 곳이니 조그맣게 자리를 잡았다.

 

여기는 구들장 속이 될 곳인데 회굴이라고 바깥 공기와 온돌 내부의 공기 온도를 완충시켜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는 굴뚝으로 나가는 곳이다.

 

이 자리가 구들장을 놓아 온돌방이 될 곳인데 처음 만드는 것이라 작고 아담하게 만들었다.

 

그 사이에 빗방울이 몇 방울 떨어지니 비설거지 하는 일이 바빠진다.

틈틈이 농사 일도 안 할 수 없으니 바쁘다 소리 할 짬도 없다.

 

 

각시는 연일 끼니 채려 내는 일로 정신이 없는데 그래도 일꾼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잘 만들어 낸다.

 

늦더위 속에서 하는 일이라 죄없는 맹물만 죽어난다.

 

대충 껍질만 다듬어 놓은 나무들이,

 

전문가들의 손을 거치고 나면,

 

늘씬하고 날렵한 모습으로 바뀌고,

 

다시 재단을 해서 아담한 문설주들로 만들어 진다.

 

문설주에 비하면 문들은 초라하기만 하다.

골동품 가게서 사 오기도 하고 이웃에서 얻어 오기도 한 것들인데 제 멋을 내게 될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좋은 기술자들이 오셨으니 아이들이 신나게 타고 다녀서 많이 망가진 손수레 수술도 부탁해 본다.

 

지금은 너무 깔끔한 모습이라 어색하지만 비바람을 좀 맞고 나면 금새 예전 모습으로 돌아 갈 것이다.

 

 

 

텃밭도서관에는 좋은 철을 만나 이리 고운 꽃들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돌아 볼 여가가 없고, 매일매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연못 속의 황소개구리들도 웬 떡인가 싶을 것이다.

각시는 올해는 단풍구경 좀 가자고 하는데 얼른 집 짓기가 마무리 되면 늦은 단풍 정도는 볼 시간이 날련지 모르겠다.

 

오후 늦게 광주에 있는 큰 놈이 달려 와서 거들어 주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하다.

내일은 배추도 심어야 하고 알밤도 많이 떨어져 있을텐데 얼마나 해 낼 수 있을련지 지내고 볼 일이다.

 

오늘까지 기초 작업은 다 마쳐진 모양이다.

아직 방바닥이나 화장실 바닥에 흙을 채울 일이 남아 있지만 내일이면 해결 되겠지.

 

아마 이 나무들도 내일 비만 안 온다면 벌떡벌떡 일어나서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 우뚝 설 것이다.

기껏 3일이 지났을 뿐인데 몸이 무거워진다.

집이 제대로 서면 힘도 더 생겨지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