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살이집 한 채(제18화)
오막살이집 한 채(제18화)
성질 급하면 나만 손해..
대충 뼈대를 세우고 비만 안 새게 만들어 놓고 목수들은 떠나고...
이제는 흙과의 싸움인지 장난인지...
짚을 잘라다가,
황토랑 섞어서,
물이랑 섞어서 잘 이기는 일이 이제부터는 제일 큰 일이다.
성질대로나 급하다고 서둘러 가다가는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걸 몸소 체험해 감서 신중하게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배운다.
쉬엄쉬엄 다시 쌓아 올리는 것도 공부!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보인다.
이제 중간보 아래까지 돌담을 쌓는 일은 다 마쳤다.
하부가 좀 부실하다는 느낌이 들어 담벽 밖으로 다시 한번 더 쌓으니 훨씬 듬직해 보이고 안정감이 살아 나는데 외벽은 중간까지만 보강해서 다른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직 아궁이나 구둘장 놓을려면 한참 멀었는데 그래도 먼저 굴뚝부터 세우고...
다른 한옥이나 절간에서 보는 것처럼 굴뚝 전체를 돌담으로 쌓고 싶었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
흙작업 다음은 대나무작업..
대밭이 있어 초여름에는 실컷 죽순을 먹고 아무때나 이렇게 대나무를 베어다 쑬 수 있는 것도 큰 복이다.
벽면 길이에 맞추어 자르고 쪼개서 붙이는데 여기서도 변칙은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다면 흙벽에 가로로 세우는 기둥은 아래 위 나무에 홈을 파서 끼우고 대나무를 쪼개서 세로로 새끼줄로 엮은 다음에 흙을 붙이는데 이 방법으로 하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좀 더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요즘은 못 박는 기계까지 나와서 망치질 못 한다고 목수일 못 한다는 소리는 입에 올리지도 못 하게 된 세상이다.
장난감 총놀이 하는 것처럼 빵빵 싸고 놀다보니 일도 재미나네..
대쪽 엮는 일이 아직 많이 남았지마는 이것만 붙여 놓아도 훨씬 아늑해 보이는데 이대로도 멋있는 인테리어라고 각시는 그냥 두어도 좋겠다는데 겨울에도 그런 소리가 나오까?
황토에 짚을 섞고 물을 담아서 흙이랑 짚이 잘 삭기를 기다려야 한다는데 미리 해 놓지 않아 바쁜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삭혀 가면서 하면 되겠지.
이제부터는 얼른 눈에 뜨이게 일이 진전되지 않아 조바심이 나게 하는데 아무튼 내일은 또 하루 일한만큼 좀 더 집이 만들어 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