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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막살이집 한 채(제25화: 잔치 중)

농부2 2009. 10. 27. 23:19
오막살이집 한 채(제24화)

오막살이집 한 채(제25화:잔치 중)

태풍보다 거센 신바람

 

 

들어 서면서부터 걷어 붙이고 나서는 폼이 텃밭도서관에는 처음 온 손님이고 예쁘게 생겨서 그냥 잘 논다 하는 정도로 봤었는데... 알고 보니 핵폭탄이네!

 

시작하면서부터 이렇게 웃기 시작해서 어두울 때까지 웃어 댔으니 이 날 여기 오신 분들은 주름도 많이 생겼을텐데...

 

고구마품바가 인사를 겸해서 한 가락 풀기 시작하니 텃밭도서관이 온통 뜨거워진다.

 

고수들끼리는 통한다고 처음 만난 재주꾼들이 맞추는 리듬에 더욱 신바람이 난다.

 

이런 자리에서는 얌전빼고 있다고 대접 안 해 주니 어울려서 신나게 노는 것도 자신을 알리는 방법일 것이다.

 

품바공연만 가지고도 하루 해를 채울 수가 있겠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다음 주자들 때문에 길게 버티고 서 있을 짬이 없다.

품바계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오동팔품바는 전국 품바경연대회에서 사회를 맡을 정도로 행사진행에는 전문가인데 이 날 아무런 준비나 시나리오도 없는 행사를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진행해 나가는 것을 보니 정말 전문가라는 것이 실감나게 한다.

 

 

2년 전 공장 일 때문에 춥고 힘들던 겨울에 처음 만나 길동무로 힘을 돋우어 주었던 인연으로 텃밭도서관 생활문화 큰잔치의 단골이 된 오동팔 품바가 자신이 못 올 경우를 생각해서 고구마 품바를 소개해 준 자리이기도 하였다.

 

 

 

이 아줌마 둘이서 만들어 준 웃음이 아직 절반도 안 나왔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횡재였다.

 

어른들 노는 일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저희들 재미난 놀이를 찾아서 놀고,

 

이런 북새통 속에서도 책을 보는 녀석들이 있네..

 

따로 접수를 받는 것은 아니고 명찰만 달아 주는데 방명록은 안 만들었더니 누가 다녀갔는지를 제대로 알 수가 없어 다음에는 제대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는 지긋지긋하게 써 먹었던 농기구들인데 이제 호기심 속에서 바라보는 옛날이야기 속의 물건으로 바뀌고 말았다.

 

 

광양사랑청년회에서 준비해 온 달고나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돈 드는 쪽이나 책이 있는 쪽이 오늘은 가장 한가하다.

 

 

 

이 흥을 누구라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온 마당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 신나는 놀이판이 뜨겁게 달구어졌다가 한숨 늦추는 시간이 오고,

 

 

전날 진주에서 열린 판소리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구례중학교 성기영군이 청량한 가을 하늘 속으로 시원하게 한가락 뽑아낸다.

 

뜨거운 마당놀이판 보다 더 뜨거운 호떡집 불판은 식을 줄을 모르고..

 

 

한참 바쁘던 천연염색 체험은 이제 말리는 일만 남았다.

 

 

전통춤의 대가이신 전영선님이 살풀이 춤으로 흥겨운 자리를 도와 주시고(크게 내 보이지 마라는 말씀에 이 정도밖에 소개를 못 올린다),

 

알아서 척척!

내가 거들어 줄 일도 없네.

 

 

이번에는 정말 꽃보다 예쁜 선녀들의 설장구다.

 

 

지난 봄 지리산 곡우제 행사 중의 하나로 실시된 지리산녀 선발대회에서 진으로 선발된 재주꾼 성영옥양이랑 친구인데 어머니를 따라 와서 공연까지 해 주며 흥겨운 잔치를 한 등급 격상시켜 주고 있다.

 

서울에서 오래 전부터 벼르고 별러서 달려 온 카페회원 piano 정창욱인데 아코디언 연주는 연륜이 짧아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도 폼은 프로를 능가하고 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분위기 맞추어 주는 도우미 역할을 톡톡하게 해 주었다.

전통초옥 앞에 자리 잡은 전통찻집은 한가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서 하루종일 빈 자리가 나지 않고 귀한 연꽃차 4개를 다 사용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 준 모모(나는나)도 소리없는 공연자였다.

 

여기저기 인사도 해야 하고 진행상태도 봐야 하니 실상 여유있게 앉아서 공연을 볼  짬이 안 나는데 갑자기 마당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노랫가락에 끌려 나와 보니 어려 보이는 녀석이 아주 구성지게 트로트곡을 불러 대고 있다.

 

알고보니 스타킹이라는 TV프로에 나와 트로트 신동이라고 소개되기도 했던 삼천포 사는 박효빈이라는 친구인데 품바들이랑 함께 공연했던 인연으로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하고 뒤늦게 여기까지 달려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였는지 사진에다가 소리를 담을 수는 없지만 처음에는 이렇게 자리에 점잖게 앉아서 노래를 듣던 관중들이..

 

어느 순간에 홀린 듯이 달려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재주꾼은 재주꾼이다.

뒤쪽에서 아주머니들은 야단이 났었다.

 

하룻동안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드나들면서도 소란스럽지 않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신이 나는 잔치가 이제 겨우 두 시간이 지났다.

바빠서 먼저 나가는 사람들이 아쉬워서 돌아보고 돌아보며 겨우 발걸음을 떼고 이웃마을에서 노래가락에 끌리어 들어서는 흥겨운 마당은 제대로 달구어질대로 달구어진 용광로처럼 텃밭도서관 구석구석까지 뜨거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