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살이집 한 채(제27화:잔치 중)
오막살이집 한 채(제27화:잔치 중)
밤을 새도 아쉽네...
애당초 행사를 시작할 때 해야 했던 무형문화재 17호인 영광 우도농악팀이 느직하니 길놀이부터 시작을 하는데...
저마다 놀이를 찾아 다니며 노는 아이들을 불러 들이기에는 부족한 모양이다.
농악놀이를 구경하며 새끼를 꼬는 아낙네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잔디밭에서 죽마를 타고 노는 아이들도 한가롭다.
신바람나는 농악놀이도,
흥겨운 가락을 구경하는 구경꾼들도,
자기 손으로 꼰 새끼줄로 줄넘기 놀이를 하며 노는 아주머니들도,
아직 장판은 안 깔았지만 따뜻한 온돌방에서 배 깔고 책 보는 아이들도,
점잖게 폼을 잡고 노는 양반춤도 모두들 저마다 노는 모습은 달라도 재미나고 신이 난다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신나는 놀이판에 제대로 진행된 뒤에는 끝없이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해 주신 분들의 노고가 있어 더욱 빛난다.
농악에 맞추어 판소리에다가 민요가락으로 신나는 판을 만들어 주신 명창은 영광농악팀들이랑 같이 오셨던 모양인데 약력을 알아 두지 못해 제대로 소개를 올리지 못해서 아쉽다.
공연팀들이 많아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늦어진 풍선터뜨리기 놀이는 농악팀들 공연을 마치고 할 예정이었지만 날이 더 어두워 지기 전에 마쳐야 하니 농악놀이 중간에 끼어 넣었는데 오히려 더욱 더 신명나는 놀이판이 되어 주었다.
이 때의 시간이 오후 6시 20분.
여기까지 주간 행사를 마치고 저녁 식사 후 7시부터 야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주간행사의 마지막에 하기로 했던 백일장 시상식을 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바람에 10분 정도의 식사시간에 장터국밥을 교대로 대충 말아 먹고 행사는 계속 진행되었다.
여기 왼쪽에 있는 아이가 초. 가. 집.이라는 삼행시에서 으뜸상을 받은 아인데 원고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당장 작품을 올리지 못하지만 차후에라도 찾아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오행시 가. 을(실). 한. 마. 당.에서 으듬상을 받은 분은 몇 년을 벼른 덕에 소망하던 선글라스를 받고 아주 즐거워 하였는데 역시 작품내용은 다음에 소개해야 하니 운영진의 불찰이 많다.
그 시간에도 초가집 안방에서는 순천서 온 하늘울림 오카리나앙상블 팀이랑 전자오르간 연주자인 박양희님과의 조율이 한창이고..
처음 만난 연주자들이지만 아코디언과 하모니카 합주단이 급조되어 연습이 한참인데 이 모습 자체가 또다른 공연 모습으로 새로운 볼거리가 된다.
야간 행사의 백미인 불놀이가 준비 되고,
급하게 저녁을 먹은 후라 설거지하는 일손도 바쁘다.
귀찮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모두가 즐겁게 찾아서 해 주시니 더없이 고마울 뿐이다.
하루종일 잔치판 분위기를 끝까지 흥겹게 이끌어 준 뒤에는 죄없는 전어들의 희생과 마을 아주머니들의 노고가 있었음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다리가 부러져 가지고도 멀리 무안에서 달려 와 오르간 반주를 맡아 준 박양희님이나 순천 하늘울림 오카리나팀은 텃밭도서관을 친정으로 삼기로 했으니 공연을 떠나 더욱 큰 보배를 얻은 셈이다.
밤 늦은 시간에 다모는 어디로 가고 다동이 남아 늦은 손님에게 차를 따르는 폼도 텃밭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늦게 마당놀이를 마친 농악팀들이 초가집 안방에 자리를 잡고 저녁 식사와 반주를 즐기는 모습인데 오늘 새 집에 첫 손님들이 이렇게 풍성하였으니 앞으로 초가삼간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것을 믿어도 될 것 같다.
저녁 8시가 넘었으니 이제 좀 잦아들 때도 된 것 같은데 판은 갈수록 더 열기를 더해가기만 한다.
광양 버꾸놀이의 명인인 양향진이 자진해서 설장구 한마당을 시작하는데 놀이판의 열기에 달아 오른 탓인지 여느 때 보지 못했던 묘기들을 신명나게 보여 주어 색다른 느낌이었다.
구경꾼들도 지칠 줄 모르고,
노는 아이들도 지겨운 줄을 모르는데 결국 이 그물침대는 일주일 뒤에 다시 줄을 바꾸어야 했다.
설장구소리를 시작으로 새로운 풍물패들이 모이기 시작하는데,
가락을 안다면 아이나 어른이나 가릴 것 없이 흥겹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우리 굿판의 좋은 점이다.
광양 매구패랑 영광 우도 농악이랑 다시 한 패거리를 만들어 새로 지은 집에 성주굿을 해야 한다고 나선다.
급하게 즉석에서 만들어진 굿판이니 준비가 따로 있을리가 만무한데,
아마 전어가 젯상에 올라 간 것도 이 놈들이 처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잘 얻어 먹으려면 조왕신을 잘 모셔야지...
늦은 시간에 모닥불이 훨훨 타오르고,
오동팔의 북소리가 지칠줄 모르고 밤공기를 가르는데,
늦은 시간에 달려 온 시의원님도 한가락 거들어 주며 흥을 돋우어 준다.
이 때의 시간이 저녁 10시가 넘었으니 오후 2시부터 8시간을 쉴 새 없이 이어 온 이 날의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할 수 있으려나...
촌놈이 작은 잔치 하나 하고 너무나 오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이제 대충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이 날의 감동은 오랫동안 잊어지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도 하루 종일 마신 술을 견디는 것도 한도가 있고 다음날 해야할 일도 있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찍은 것 같은데사진기 속에 남은 사진의 이 때 시간이 11시 30분이었으니 모두들 정말 대단한 체력들이다.
이 사람들 중에는 새벽 4시에 닭까지 잡아 먹고 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잔치는 정말 푸짐하게 마친 것 같다.
이 것 역시 뒤에 고구마품바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어느 공연을 가던지 큰 공연일수록 출연자들끼리 서로 인사도 잘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처럼 처음보는 사람들끼리도 금방 새 팀을 만들어 내고 서로 양보하고 도와 주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자기는 해마다 안 빠지고 오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었으니 든든한 후원자가 한 팀 더 생겼다.
실상 이 날 농악팀만 해도 네 팀이나 왔었는데 아무런 말썽이나 불편함 없이 다같이 어우러져 흥겹게 놀아 주었으니 이런 일들도 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음 날 늦잠을 자고 8시가 되어 일어나 나오니 마당 가득히 흐트러졌던 온갖 것들은 아무 흔적도 없이 말끔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뒷날까지 남아서 밤산에 가서 알밤도 줍고 닭서리를 하고 간 팀도 있었지만 우리 부부가 한 일은 이 그릇들을 다시 닦아 넣으며 내년을 기약하는 일 뿐이었다.
기껏 100만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이렇게 큰 행사를 치루어 낸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면서도 아무런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부족한 부분을 찾아 메꾸어 주시는 정성들이 이 행사를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이끌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사를 진행하는 주인이라면 주인된 입장에서 오는 분들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고 가시는 분들에 대한 배웅도 적절히 하지 못해서 서운하신 마음이 남아 있는 분들은 차후에 언제라도 다시 방문해 주신다면 넉넉하게 시간을 갖고 모자랐던 부분들을 메꿀 수 있을 것이다.
농부네 텃밭도서관은 지금까지의 행사에 개인적인 초대는 하지 못해 서운하다는 뒷말을 듣기도 하지만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못해서 듣는 말보다는 나은 것 같아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 갈 것이니 관심이 있다면 가끔씩 텃밭도서관이던지 카페를 들러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지루한 이야기를 너무 오래 끌어 미안함이 앞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