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사는 촌놈

우리 할머니(일곱번째 이야기)

농부2 2002. 4. 26. 21:19




우리 할머니(일곱 번째 이야기)





우리 할머니(일곱 번째 이야기)


울 할무니 지팽이 생긴 날!

진작부텀 사 놨다던 지팽이를 가지고
온다는 기벨이 왔다.
멀리 부산에서 아직 묵고 느직허니 나선다걸래 정심 때나 되사 오것구먼 허고 지달맀는디 11시반이나 되서 도착했다는
거 봉깨 되개 빨리도 달리 왔능갑다.


진작 온 줄도 모르고 밖에 나가 일허고 있다가 하매나 왔겄제? 허고 들어 옹깨 빈집을 앞뒤로 훑고 댕김서 놀고
있는디 촌집 돌아 봤자 뭐 별난 거 있것써? 손이 오시는디 집을 비 놔 농깨 미안허덩마는.....! 


이삐게 분홍색으로 리봉까지 달고 찌락시도 닐이고 줄이고 맘대로 헐 수 있는 짱짱헌 지팽이를 갖고 이삔 아지매가 달리
온 것인디, 그새 또 밭에 나가서 풀맨다고 쪼굴씨고 앙거 있는 할무니를 불러와서, “할무니! 여그 이삔 샥시들이 할무니 드린다고 먼디서 지팽이를
갖고 왔구만요!” 허고 지팽이를 손에 쥐 중깨, 우리 할무니 아닌 밤중에 웬 홍두깬가 시퍼 눈이 등잔만 해갖고 뚤레뚤레 허고 섰더만 손에 쥐 준
지팽이를 땅에 짚어 보고는 그재사 감이 잽히는가, “아이! 눈 디 이리 아짐찮허니 이렁걸 다 갖고 왔으까 이!  기냥 암거나 짚고 댕기먼
되는디.......!” 허고 말은 험서도 금세 입이 함박만 해 갖고 좋와 죽것능갑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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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며느리 보고 “아이! 여그 손들 뭐 입다실 거라도 안 내 오냐? 아짐찮은디 뭘 줘야 쓰까 이!” 허고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허더마는 핀허니 어디로 가신다.


반가운 손님들이랑 감낭구 밑에 앙거서 이약허고 노니라고 할무니 생각은 않고, 안배깅깨 어디 가싰것제 허고 이저삐리고
있었는디 할무니가 다시 지팽이를 짚고 와서는 조만치를 더듬더듬 허더마는 뭘 내서 이삔 샥시 손에다 꼭 쥐 주는디, 어따메! 어디다가 매매 꿍치
놨던 만원짜리 시퍼런 종우 돈 한 장이다.


“아이구! 할무니! 뭘라고 이걸 준다요? 여놨다가 할무니 맛낸 거나 사 자시시이다!” 허고 펄쩍 뜀서 손사래를
치는디 막무가내로 딜이 미는 할무니 고집이 엥간헌가? “우리 할무니 고집에 그거 안 받아 가먼 맘이 안 편해서 지팽이 짚도 못 허꺼요!
손주놈들도 안 주는 건디 되개 아짐찮았던 모냥잉깨 여 노시이다! 여그 온 기념으로 가 가먼 되것네!” 허고 권허자 보돕시 받음서 “이거
액자에다가 여 놓고 할무니 생각나먼 봐야것네요!”허면서 재밋어 죽것단다.


울할무니야 돈 쓸 일도 없고 누가 댕기로 와서 한 닢씩 쥐 주먼 어따가 매매 싱키 놓고서는 그걸 몬 찾아서 온 집을
뒤지고 댕김서 한두 번씩은 난리를 피우는디, 용캐도 안 이저삐리고 싱카 놨다가 찾아 온 걸 봉깨 얼매나 좋았는가 알 만허다.


그래 놓고도 손주며느리가 안배깅깨 “야는 언능 밥 안허고 어디 갔냐? 뭐 맛냉거 사로 갔냐?”허고 챙기 쌓는디 여그
손들이 가고 나먼 그걸 들고 가서 이우제 할매들헌티 자랑깨나 해 댈거라는 건 눈에 안봐도 뻔허다.


하루가 지나서 모실 나가는 할무니를 봉깨, 새 지팽이는 어째 뿔고 또다시 예전에 짚고 댕기던 작대기를 들고 나서서,
“할무니! 새 지팽이는 어따 싱카 놓고 그걸 또 들고 나가요? 지팽이 어따 놔 놨오?” 허고 챙깅깨 장끄방 큰 도가지 뒤에다가 숭카 논 지팽이를
찾아 갖고 나옴서 “아깝아서 어디 갈 직애나 씰라고 여 놨다!” 허신다.


“할무니! 어디 갈 디가 있다고 애끼 싸요! 이거  다 달아지먼 새거 또 사다 준다 했씅깨 언능 떨가 묵고 새 걸로
또 받으먼 되꺼 아니요? 인자 애끼지 말고 항시 이걸 들고 댕기시이다!” 허자 “그래 알았다! 또 사먼 되제?”험서 들고 나가신다.


우리 할무니!
그거 다 달아 묵고 또 새거 지푸고 댕기지실랑가...! 
참말로 글먼 쓰것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