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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서리 해 봤소?

농부2 2005. 11. 10. 17:02

이거시 뭔 줄 아요?

단자밥 잔치

 

 

모처럼 이우제서 호박 농사허는 성수가 생일이라고 해서 한 자리에 못치 갖고 저녁 잘 묵고 나서는 배지도 따땃헌디, 누가 이우제 지새 모시는 집이 있씅깨 단자가자는 말이 나오는그마!

그 집서는 젤로 건 지생깨 기냥 안 보내꺼다고 미리 갈랑깨 걸개 챙기노라는 기벨까지 해 놓코는 이라고 단자문을 썼는디, 이 글이 뭔 글인지 아는 사람은 참말로 얼매 안 되꺼여 이~!

예전에 유생인지 학동인지 아그들 갤추는 서당에서 글줄이나 아는 접장이 아그들 시키서 지샛밥 얻어 묵을 직애 써 보냈다는 글인디, 여그 욱에 써 진 단자라는 말은 시집 장개 갈 직애 함에 여서 써 보내는 사주단자 맹키로 뭘 보낼 직애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의 종류나 갯수들을 쓰는 일종의 목록표라더마는 여그서는 뭘 보내 주라는 목록이라고나 허까?

얻어 묵는 주제에 그래도 큰 소리 해 감서 얻어 묵는 뱃보도 뱃본디 밑에 있는 글은 더 기가 맥히는 글이랑깨... 유죽팔천지라는 말은 기냥 공부만 잘 해 갖고는 죽었다 깨나도 못 알아 묵으꺼여!

여그서 有竹은 '있을 유'자에 '대 죽'잔디 이건 김삿갓님식으로 풀어야 보돕시 알 문자랑깨... '있는대로...'라는 말이라더마!

그 밑에 八자는 불교서는 이 자가 젤로 크고 많은 걸 페시헌다더마!

그래서 팔만자가 더 되도 팔만대장경이라헌다던가 어쩐다던가 허던디, 맞는가는 몰라도 근다 치고...

그 밑에 있는 天地는 질개 이약 안해도 알것제?

언능 말허자꺼 겉으먼 하늘만큼 땅만큼 있는대로 호빡 내 놔라! 허는 협박장이랑깨...

안 주먼 어쩌냐고? 그런 짠돌이 지서리를 허먼 닭장 밑으로 가서 '꼬끼요~!' 허고 닭 우는 소리를 허는디, 닭대가리라 안 허던가베? 요 놈의 달구새끼들이 놀래서 깨 갖고는 날이 샌 줄 알고 엉겁질에 온 동내 장닭들이 항꾸내 '꼬끼요~!' 허고 울어 대는디...

그거이 뭔 지서린 줄 아직 모르것다고? 닭 울먼 날 샌 거고, 날 새먼 귀신들이 돌아가야 허는 거고...

긍깨 제대로 안 챙기주먼 지샛밥 묵으로 왔던 조상신들이 밥도 못 얻어 묵고 가개 맹글아 삐린다 이건디, 조상님들헌티 지극정성인 우리네 어른들은 절대 시푸개 생각 못 허는 거제!

암튼 나도 귀신들 만내서 학실허니 물어 본 거는 아닝깨 믿등가 말덩가 이녘들 맘잉깨 알아서들 허시고...

 

단자문을 써서 보내 놓코 어즘잖이 지달리야 허는디, 입동도 지냈씅깨 요새 밤날씨가 선늙은이 얼어 죽을만 헝깨 넘의 논두덕 말뚝이라도 빼다가 이라고 모닥불을 지핌서 지달리고 있는디...

 

아따! 한 보따리 챙기 갖고 방실기리고 오는디, 다들 입이 째지네 이~!

농롯가라 불이 없씅깨 전기를 끄다가 임시로 불을 맹글아 달고...

 

난장에다가 가마니 한 장 깔아 놓코는 착착 벌리 놓는디,

 

그 새를 못 참아서 손이 볼금볼금 허그마!

 

어~따~! 참말로 금방 옴서도 걸개도 채리 왔네 이~!

 

야는 배대기라고 허는 건디, 배대기는 괴기 이름이 아니고 야 맹키로 배지를 갈라서 몰른 괴기를 말허는 거고 조구나 민어나 돔으로 맹그는디 참민어 겉은 거는 너무 비쌍깨 대충 비스무리헌 놈들로 맹글아 쓰기도 허더마!

야가 커서 안 배기는디, 야 밑에 서대랑 조구랑 한짐 깔맀더랑깨...

 

제대로 단자를 헐라먼 지새 다 모신 뒤에 가서 얻어다 묵는 건디, 초저녁에 달리 가 농깨 아직 멧밥도 안 맹글아서 이녘들 저녁 묵을라고 지 논 밥을 다 퍼 줬능갑네!

멧밥은 힉헌 쌀만 갖고 지 올리는 겅깨...

 

명태전에 산적에 부처리에... 이거 싹 다 조 삐리고 지새도 못 모시는 거 아니여?

 

하우스 일 허기도 바뿐 판에 참 골고루 많이도 장만했그마!

 

이 떡은 꺼먼 쌀로 맹근건디 어찌나 찰지고 맛낸지 짜구가 나개 묵어도 또 들어 간당깨...

 

욱에 있는 것들은 다 잘 알 거고 넘들도 이 정도는 다 채리는 거시껀디 아매 이거는 이 짝 사람들 아니먼 잘 모르꺼그마!

이거시 뭐시냐 허먼 짐국이라는 건디, 테레비서 맛난 것만 개리서 잘 묵는 사람들 허는 거 봉깨 모른 짐을 풀어 갖고 국을 낋이 묵더마는 해도 진짜백이 짐국은 이리 생긴 거고 여그서도 삼동에만 묵을 수 있는겅깨 이 맛 아는 사람도 베랑 없쓰꺼여!

 

질 갓이먼 어떻코 난장이먼 어찡가? 누가 걸뱅이라 허덩가 말덩가 맛난 거 묵는 재미보다 더 존 거 있으먼 내놔 보랑깨...!

저녘 묵은 참이라 지삿밥은 낼 정심 때 다시 못치서 비비 묵자고 챙기 놓코 안줏거리들로 술만 쥑이는디, 이 지서리가 예전 맹키로 배 곯아서 허는 거는 아니제마는 예전 생각험서 장난들 허는 거제 뭐~!

 

밤은 짚어 가고 모닥불은 사그라지제마는 술이 들어 가고 배지가 땃땃해 징깨 뭐가 불부껀가? 기냥 제질로 노래가 술술 나온당깨!

사는 재미가 뭐 벨 거 있간디?

잘난 사람들은 죽어서도 년년이 이웃 챙기 믹이고, 그 덕에 산 사람들 그 집 조상님 모시는 정성이나 인심도 좀 알고 재미봐서 좋코... 북망산 넘어 간 사람이나 이승에 남아 있는 사람이나 이리저리해서 다 어우러징깨 얼매나 보기 존 일이여...?

어찌요? 예전 생각나고 이런 재미 보고자분 사람들은 담 굉일날이 우리 할아씨 기일잉깨 단자 오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