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동 사람들

봄을 돌라 묵는 사람들!

농부2 2004. 2. 12. 18:05
봄을 돌라 묵는 사람들!

'보름 안에 봄너물 세본만 묵으먼 살이 쪄서 문턱도 못 넘는다'는 말이 있는디, 예전에 살 찐 자체가 건강이나 부의 상징일 직애 생긴 말잉깨 글타는 거제 말 그대로 봄너물이 살찌는 음석이라고 생각허는 사람은 없것제!

그만큼 징허개 추분 삼동을 땅 속에서 전딤서 오만 진기를 다 뽈아 올리 갖고 보드라분 대그빡으로 꽁꽁 얼어붙은 땅을 뚭고 나오는 놈들잉 깨 귀허기도 허고, 묵은 거나 모른 것만 묵다가 가심이 쩌릿쩌릿 헐 정도로 보드란 놈들을 묵응깨 얼매나 맛나고 심이 나것능가!

시상에 어떤 보약도 야들만 헌 거시 어디 있쓸랑가 시푼디, 요새는 오만가지 좋다는 거는 싹 다 비니루로 진 집이서 맹글아 갖고 나옹깨 시
도 때도 모르고 어찌다가 테레비나 신문 겉은디서 뭐가 좋타더라고 해 노먼 장바닥을 씰어 삐리는 갑던디, 참말로 좋은 거는 이녁 손으로 바람 씨 감서 공 딜이 갖고 캐 모타서 맹글아 내는 거 것제!

다들 바빠서 여개를 몬 낸다 쌓체마는 참말로 몸에 존 거라먼 신짝 싸 들고 천리도 멀다 안 허고 몰리 댕기는걸 보먼 맘 묵고 나서먼 한나잘 여개 못 낼 것도 없쓰꺼 겉은디, 암디나 나가먼 쌔 삐린 너물을 검부적을 헤비고 띠적기리 감서 찾아 캐는 재미도 솔찮헌겅깨 손해는 아니꺼그마!

가찬디라도 등 하나 새에 완전히 도시겉은 시내에 사는 동숭이, "성! 요새 가먼 봄너물 캐 징가?" 허고 전화로 묻는 걸, "야야! 볼쑤로 양달쪽 냉이는 꽃대가 올라 오는디 쑥부제미 겉은 거는 버글버글헝깨 시간나먼 와 캐라!" 했더마는 말 끊키가 바뿌개 한 차 짜 갖고 울러 오는디...

우리사 진작에 봄너물 묵고 상깨 너물 나는 자리를 기냥 보먼 알제마는 이 쌩충이들을 기냥 암디나 댕김서 캐다 묵으라고 해 노먼 한나잘 내 산천만 헤매 댕기고 말 판이라 갈쿠지 챙기 줌서 밤낭구 이파리 밑에 숨어 있는 쑥부제미 캐는 요령을 갤차 주고 왔더마는 한시간이나 엎지서 캔 거시 그래도 건석들 한 끼니는 무치 묵을 만큼 모탔그마!

아직 웃녘에서는 이런 것들이 안 나것제마는 따땃헌 남쪽 땅 광양에는 볼쑤로 매화가 하나 둘 벌어지기 시작허고 달래, 냉이, 쑥부제미, 씀바귀, 돌미나리, 쑥들이 봄 맛을 알고 찾아 댕기는 사람들 군침을 흘리개 헐만큼 야들야들허고 보들보들헌 삭신을 모른 풀 속에 숭쿠고 엎지 있는디, 야들을 하나하나 찾아 댕기는 일이 소풍날 보물찾기 허는 거 만큼이나 후뻑지고 재미난 일이다. 

가끔 누던 간에 여개나는 사람이 야들 한두가지만 장만허먼 이웃들 불러 모타 갖고 둘러 앙거서 묵은지 썰어 옇코 꼬치장 벌그러니 퍼 옇코 양판떼기로 비비 갖고 대그빡 밀차 감서 아구지가 째져라 허고 서로 눈 흘기 감서 참말로 배지가 짜구가 나개 묵고나먼, '그려! 요런 재미에 촌에 살제!' 허는 생각이 듬서 나랏님도 안 붑다.

봄!

징허게 삼동 내내

삭신을 파고 들던 칼바람도

시나브로 땅 속 짚은 디서,

얼음장 밑 돌팍새에서,

양달쪽 짠드박 뿌렝이 밑에서,

먼 남쪽 하늘 끝, 땅 끝터리에서,

괭이 속터럭 거치 갖짢턴 봄 내금새가

긴둥 만둥 동장군 켓 속으로 들어가

깔짝깔짝 건드는 디는 전디지 못허고

“에치나!” 허고 재채기를 험시롱

배지에 숭카 논 봄을 내 팻타 놓고 만다.


 

졸지에 동장군의 재채기 바람에 튕기 나온 봄은

어떤 놈은 양달쪽 다무락 밑에서 졸고 있는

달구새끼 품안으로 뛰 들고

어떤 놈은 응달 꼬랑가에서 떨고 있는

버들강생이 눈 속으로 비집어 들고

어떤 놈은 너른 벌판을 달림시롱

잠자는 풀뿌렝이를 들쑤시고 댕기고

어떤 놈은 낫살이나 묵은 가이내들

가슴패기를 잽싸게 훔치고 담박질을 친다.


 

온 천지를 들쓰시고 댕기는 봄의 등살에

달구새끼는 달구가리 한 구석에

자리를 틀고 앉아 뼝아리 깔 채비를 허고

버들강생이는 솜털을 부시시 세움서

응달 까끔에 잠자는 깨끗장다리를 불러 깨우고

쑥부제미,달롱개,돌미나리,씹은너물들이

봄비로 낯마닥을 씻고 빼비작거리고 나오먼

처자들은 삭신이 근질근질해져서 너물캔다는 핑게로

꼬소쿠리랑 묵정칼을 챙기 들고 봄 사냥을 나선다.

 

 

따땃헌 봄볕은 가이내들 애간장을 태우고

살랑대는 봄바람은 처녀 가슴에 불을 싸질러 대고

아지랭이는 아롱아롱 멀리서 놀자고 손짓허고

쑥부쟁이 달롱개의 야들야들헌 속살은

몬치보기도 부끄랍을 만큼 보드랍은디

무답시 맴이 상허고 용심이 생기서

너물캐던 꼬소쿠리를 해딱 던지 삐리고

흙냄새 폴폴나는 짠드박에 누웅깨

무심헌 하늘만 뻐끔허니 내리다 보는디...


“어매! 참말로 사람 죽겄네~!‘

***


그 때는 없이 살고 배지가 고풍깨 그거라도 뜯어다가 배지를 채울라고 그랬다 허것제마는 쌉쌀험서도 들큼들큼헌 너물 하나하나가 젝제금 갖고 있는 내금새들이 어우러져 갖고 내는 맛을 본 사람이라먼 배지가 부른 시방도 손이 근질근질허고 입맛이 다시 지꺼그마!

그 따땃허니 살랑기리는 바람 쐼서 바깥마당 양달쪽 짚베늘 밑에 모치 놈서 손주들 대그빡에 이랑, 쎄를 잡아 주던 할매들 물팍 베고 누버서 한숨 자고 나먼 하늘은 왜 그리 몰갔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