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 몇 폭시 들고 와서 술 묵자는디...!
하리 일이 막 끝나가는 참인디 쇠가 운다!
"성님 뭣허요?" "뭣 허기는... 인자 일 마치고 술시도 됬씅깨 어디 술동냥 헐 디나 있능가 허고 찾아 나설 참이그마!" "그라먼 부지런허니 나부대야것소 이~!" "근디 뭔 일인가? 술 생각나먼 기냥 달리 오제!" "그란해도 가고는 잡은디 오늘은 안 되것고 낼 이맘 때 가먼 술 한잔 줄라요?" "그려! 낼은 벨 일 없쓸상 보잉깨 한잔 걸치 보세!"
'생전 지가 오고 자부먼 오고, 가고 자부먼 가삐리는 바람 겉은 놈이 뭔 일로 전화를 다 헌다냐?'
백운산 산자락에 2, 30 정보나 되는 까끔을 보듬고 도채비 맹키로, 산도적 맹키로 사는 놈이라 자주 배기도 않턴 놈인디, 뭔 일인가 싶품서도 '지 놈이 일이 있씅깨 오것제!' 허고는 자고 남서 이저 삐맀는디, 정심을 묵을라고 상 채리는 참에 뜽금없이 들이 닥치는그마!
"아따! 해걸음에 온다는 놈이 거그는 볼쑤로 해가 떨어 지더냐?" "그란해도 저녁 참에 올라다가 마침 일꾼들이 가리를 빼고 해서 생각 난 참에 내리 왔소!" 험서 꺼먼 비니루 봉투를 오다 딜이 미는디, "그거이 뭔디?" 허고 실그머니 딜이다 봉깨, 아따! 야가 백운산 봄을 싹 다 검어 와 삐맀네 야~!
까만 봉다리 속에서 실그머니 대그빡을 내민 거는 노랗게 핀 복수촌디, 각시가 "어메! 이삐네! 볼쑤로 이런 꽃이 핐다요?" 허고 호들갑을 떠는걸 보고, "야들은 눈 뒤씨 쓰고도 봄 되먼 젤 몬춤 피는 놈들인디 해 바른 디서 올라 오걸래 챙기 왔소!" 허고 생색을 낸다.
지난 삼동에 둠벙 갓에 숭군다고 꽃낭구 얻으로 갔을 직애는 텃밭 여그저그 숭거 진 야생초들이 어디에 뭐가 숭거 졌는지 쥔내도 모른대서 모른 이파리라도 배기는 매발톱허고 앵초랑 할미꽃이랑 패랭이만 몇 폭시 파 오고 말았는디 봄 되 갖고 꽃이 배기먼 챙기 준다더마는 안 이저 삐리고 개득해 갖고 꽃대가 올라 서자마자 챙기 왔그마!
복수초 다섯 폭시를 받아 놓고 낭깨 꽃이라먼 사족을 못 쓰는 각시가 나 보담도 더 좋아라고 허는디, 보돕시 건석끼리 점이나 찍고 넹굴라던 정심이, "쬠만 지달리고 앙것쓰이다 이~! 언능 상 채리껑깨...!" 허고 들어 가더마는 건상을 봐 오는디...
그새 찌개 낋이고 지짐 꿉고 지난 가실에 짐장험서 항꾸내 담아 놓고도 여지껏 나 헌티 선도 안 배기던 아그대 젓까지 챙기 내 오는디, "아따! 요놈들이 인자 맛이 지대로 들었네 이~! 오늘 자네 덕에 나 주뎅이가 호강허네! 이건 배추쌈에 싸야 제 맛이 나는디..."
지난 가실에 마침 한 입빠리에 묵기 좋을 만헌 잔잔헌 놈들이 장에 났걸래 사다가 아그대랑 매분 꼬치를 항꾸내 담으라 허고는 이저 삐리고 있던 건디 마침 맞게 잘 삭았그마!
들어 섬서부터 한잔 허랑깨 어지깨 많이 추자서 오늘은 좀 잔줄라야것다고 빼던 놈이, "이거 채리 봉깨 한 잔 안 허먼 안되것그마 이~!" 험서 술을 청허는디. "술 묵은 속은 술로 풀어야제! 안 묵는다고 속이 알아 준당가?"
그래도 낮술이라 속만 풀고 일허로 간다고 인나는디, "삼춘! 술 생각나먼 야들 한 폭시 씩만 챙기 들고 오이다 이~!" 허고 각시가 한마디 거든다.
"글지다! 한본에 한가지 씩만 들고 와야 눈치 안 배기개 여러번 묵제! 근디 집이 금낭화가 있소?" "글씨~! 할무니 등살에도 안 뽑히고 거년까지는 한 폭시 전디고 있었는디 아부지 눈에 안 걸맀는가 몰라! 한 폭시 뿐이라 맨날 아실아실헝깨 담에는 그거나 몇 폭시 챙기 오게!" "뭐시 몬춤 나올랑가 모릉깨 암튼 난중에 봅시다!"
동숭을 보내고 나서 야들이 제대로 뻔치고 클 자리를 잡아 줄라고 텃밭을 더트고 있씅깨, "아~이! 거그 비니루 덮으껀디 뭐 숭굴라고 그냐?" 말리에 앙거서 내다 보던 엄니가 뭔가 시퍼 한마디 허신다.
"여그 뭐가 있다고 비니루를 덮는다고 그요?" "머굿대가 한참 삐쭉기리고 나오는디 덮어 놔야 언능 크제!" "아따! 엄니도... 시상에 누가 머굿대를 비니루 덮는다요? 기냥 나는대로 뜯어 묵제! 여그 아니라도 너른 디 쌨씅깨 여그는 손 대지 말고 냅도 뿌시요! 글고 이건 귀헌 약낭궁깨 아부지보고 건들지 마라 허이다 이~!" 이 말이 멕히 들어 가기나 헐랑가...?
야들이 제대로 자리 잡고 뻔치기만 허먼 인자 어떤 꽃도 안 부러울 판인디, 해가 나먼 이리 이삐개 벌씨고 잇고 있다가도 해가 들어가 뿔먼 즈그가 뭐나 아는 덱끼 눈 딱 감고 자빠져 잔당깨...
모진 삼동에 얼음장을 뚫고 젤 몬춤 나올만큼 심이 좋은 놈잉깨 뭐가 좋아도 좋은거시 있것제 시퍼서 책을 딜이다 봉깨 복수초(福壽草), 설련(雪蓮), 장춘화(長春花)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디... 이름부텀 예사로 볼 거시 아니네!
복수초(福壽草)라는 이름이 붙은 거 봉깨 복 받아서 오래 산다는 풀인갑는디, 한본만 숭거 노먼 뙤작기림서 천년이라도 사는 놈들잉깨 그런 대접 받을만 허고... 설련(雪蓮)이라먼 눈 속에 피는 연꽃이라는 거 겉은디, 연꽃이라먼 부처님도 좋아 허시던 거 아니던갑네... 장춘화(長春花)라는 이름이 붙은 거 봉깨 댓빵 대접을 받는 모냥인디, 우리도 아들나먼 젤 몬춤 나온 놈은 장남이라 허는 거 맹키로 봄꽃 중에서는 야들이 요샛말로 '짱!'이다 이거 아니것써?... 암튼 이런 좋은 이름을 여러개 달고 있는 놈들잉깨 사람헌티도 뭐가 다도 닿컷제!
봄에 꽃 필 직애 부렝이째 캐다가 잘개 썰어 갖고 응달에다가 잘 몰라 놨다가 1g 정도(이건 엔간헌 저울로는 달도 못 허껀디 어찌 가늠을 해야 허까?)를 대리 묵으먼 심장을 짱짱허개 허고, 정신이 약해서 헛소리나 해 쌓는 사람들이나 오짐이 잘 안나오는 사람들 헌티 좋탄디, 좋음서도 독이 있어서 너무 많이 묵으먼 영 못 인나 뿔개 됭깨 일주일 이상 묵으먼 절대 안된다는그마!
희랍이란 디서 말쟁이들이 맹근 책에는 Adonis 라는 심 좀 쓴다 허는 청년이 멧돼지 잡으로 갔다가 에나 지가 떠 받치서 죽어 뿌렀는디 죽고 나서도 원이 안 풀맀덩가 그 자리서 야들이 핐다 해서 Adonis라 헌다는디 암튼 그 쪽서도 심 쎄다고 소문은 났는가벼!
여지껏 매화낭구만 갖고도 혼차 봄 다 갖고 노는 거 겉앴는디 인자 참말로 제대로 구색 맞차 감서 꽃귀경허고 놀개 생깄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