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이야기!
바람꽃헌티는 바람 맞고 할미꽃을 만났네! |
할미꽃 이야기 |
갈수록 태산이라더마는 인자 뜽금없이 '변산 바람꽃이 보고잡다!' 는디... 과냥 사는 나가 과냥 바람꽃도 모르는디 어찌 변산 바람꽃을 알꺼라고 이래 싸까 이~! 근다고 모른다고 허기도 뭣 헝깨 알아는 봐야 쓰것는디, 그래도 뭐시 땡깄덩가 아직 묵고 낭깨, "성님! 뭐 허요?" 허고 쇠가 운다. "어지깨는 손전화도 안받던디 어디 쳐 백힜썼냐?" "손전화 놔 놓고 나와서 한잔 허다봉깨 그랬던갑소!" "시방은 어딘디?" "여그는 강진인디요! 일 좀 헐라고 왔더마는 눈에 갇치서 일도 못 허것고 기냥 내리 가야 것소!" "그래? 잘 됬다야! 근디 어디서 바람꽃 배기더냐?" "인자 바람꽃이다요? 복수초가 피먼 갸들도 피기는 허던디... 그나저나 거그 갈라먼 에복 가야 허껀디...!" "잔소리 말고 내리 오는대로 기벨이나 허개! 오랫만에 나들이 삼아서 나설 준비허고 지달릴랑깨...!" 넘들은 꽃귀경헌다고 천리길도 마다 안 허고 댕기던디 한나잘 여개 못 내것는가? "어이! 언능 정심 묵고 산에 갈 채비나 허소!" 쎄가나개 믹이서 살 좀 올리 농깨 그걸 뺀다고 나댕기더마는 때늦개 산 댕기는 맛을 알아 갖고 앞산을 올라 댕기던 각시가 산에 가장깨 금새 물 만낸 괴기 맹키로 신이 났그마! 정심 챙기 묵고 지수씨헌티 차도 뺐기 삐맀다는 동숭을 실고 백운산 자락을 휘감고 올라 강깨 아직도 응달쪽에는 흰눈이 히끗히끗헌디, "인자 나 밑천 다 뒤씨 까 삐릴랑갑네!" 험서도 산자락을 뒤집고 댕기더마는, "여그는 '변산 바람꽃'은 없고 '꿩의 바람꽃'이 모치 피는딘디 야들이 나올라먼 아직 멀었것는디... 한 보름은 더 있어야 것소!" 허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헌다. "아이! 그래도 어디 한 놈이라도 기 나왔는가 찬찬허니 채리봐 봐!" "찾아 봐도 없당깨... 그래도 여그까지 왔씅깨 헛걸음 헐 수는 없고 나가 숭카 논 복수초나 귀경허고 농장이나 댕기 가이다!" 해서 기왕지사 바람꽃헌티는 바람 맞아 삐린 참잉깨 담에 올 요랑 잡고 따라 갔더마는 '어따메! 야들은 삼동도 모르는 놈들이그마 이~!' 번번헌 응달 한 구석에 자리잡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들 맘대로 폼을 잡고 복수초가 깔맀는디... 각시가 꺼뻑 죽네! "아따! 우리 각시 오늘 복 닥칬네!" 이삐고 욕심도 나제마는 복수초는 진작에 낯빤닥 비차 삐맀씅깨 또 백히 올리기도 뭣허고 해서 기냥 이런 디도 있더라 시퍼서 멀찍이서 몇 장 뜨고는 동숭이 몇 십년 파 묵고 따듬고 해 논 농장으로 질도 어신디 따라 들어 갔는디... 여그 와 본지도 한 십년은 된상 시푼디 전에 배기던 오두막도 안 배기고 그 자리에는 매뚱들만 땡그라니 들어 서 있네! "아이! 여그 전에 집 있던디 아니냐?" "왜 아니라이다! 그거 밀어 뿔고 여그 아부지랑 할아씨들 안 모시 놨소!" 참말로 무작헌 놈이 여그 있네! 따땃헌 양달쪽에 어른들 모신다고 제가 찌고 살던 집구석 밀어 삐리는 놈이 시상 천지에 이 놈 말고 또 있쓰까? "잘 헌다! 그 핑게 대고 볼쑤로 니 놈 자리까지 다 챙기 놨제? 어디서 묏자리 잡아 노먼 오래 산단 소리는 들었던갑그마! 그나저나 들 앙글 자리는 맹글아 놔야 안 허것냐?" "그란해도 이 젙에다가 황토집이나 지 볼라고 구들은 빼 모타 놨소!" "기왕 질라먼 너무 빡빡허니 짓지 말고 바람도 좀 들락기리개 넉넉허니 지 봐! 집이란 거시 비만 안 들치먼 되제!" "안 그래도 돌 한젝끼씩 놔 갖고 옛날 살던 집 맹키로 지 볼라요!" "근디 요새는 막걸리 안 담아 놨냐?" 산도적 맹키로 혼차 삼서도 막걸리 담아 놓고 동무들 청해 한 잔씩 허던 놈이라 속도 촐촐해서 한 말 했더마는, "시방은 막걸리는 없고이다 이~!" 허고는 매뚱을 지나서 한쪽 귀텡이에 엎어져 있는 크댐헌 고무통을 뒤집더마는 "성님! 뭘로 한잔 허실라요?" 허는디, 시상에 여그보다 더 멋진 주막이 또 있쓰까? 번지없는 주막이요, 쥔없는 주막이 여그 있는디, 그래도 구색은 대충 맞차 놨네! "아따! 참말로 기똥차게 해 놨그마!" 산을 올라 댕긴 판이라 목도 갈허던 참인디 언능 깡맥주 한통을 까서 바람 안주 삼아 갖고 목젖이 얼얼허개 디리 붓고 낭깨 오장육부가 찌릿찌릿험서 씨언해 지는디... 시상에 맥주가 이리 맛내도 되는거여? "이거 다 까 뿔고 여그서 한잠 뒤비져 뿌까?" 허고 바닥을 봐 뿔랑깨, "엔간허니 해갈 했쓰먼 이리 와 보이다! 바람꽃을 못 봤씅깨 이거라도 보고 가야 안 허것소?" 손으로 갤차 주는 디를 채리 봉깨, "이거이 뭐다냐? 이거시 할미꽃 아녀? 시방 때가 언잰디 야들이 볼쑤로 나왔다냐?" 각시도 "어메! 어메! 이삔 거...!" 해 감서 신기해 죽을 판인디, 생전 사람이라고는 꼴도 안 배기던 짚은 산중에 있는 매뚱 젙 양달쪽에 담상허니 숭거진 할미꽃들이 지들 시상이라고 나와 갖고 폼 잡고 있다가 뜽금없는 불청객들이 딜이 닥칭깨 즈그들이 더 부끄란갑그마! 어딘가 무릉도원이란 디가 있다더마는 야들이 거그서 살던 놈들이던갑네! 모진 큰 딸 등살에 막둥이 딸 만내로 가다가 숨 떨어진 할마니 속이 참말로 이리 삘갰쓸거여 이~! 요샛 것들이 어쩌니 저쩌니 해 싸도 그렁 거 보먼 요새만 독살시런 놈들이 사는 거는 아닌거제! 새끼들만 채리보고 살다가 막판에 '나가 니 놈을 어쨌는디...!' 허고 원망해 봤짱깨, 미리미리 이녁 말년은 이녁이 챙기 놓턴지, 안 글먼 더런 꼴 보기 전에 언능 가 뿔던가 허는 수 빾끼 없제! 그래도 요새는 쬐끔 귀허다 해 농깨 여그저그서 모종도 맹글고 씨도 퍼자서 산에서는 없어져도 울 안에다가 숭거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 서 보기 심든 꽃이 아니고 우리 집이도 몇 폭시 있씅깨 그리 귀헌 꽃은 아닌디, 생각도 안 허고 있다가 예전 맹키로 짚은 산 속 매뿌랑 갓에 서 넘 몬춤 피 갖고 잇고 있는 꽃들을 채리 봉깨 또 기분이 그거이 아니그마! 바람꽃 헌티는 바람 맞아 삐맀제마는 그래도 털고 나선 덕에 할미꽃이랑 복수초랑 실컷 채리보고 씨언헌 산 바람에 맥주도 한잔 거들고 낭깨 기냥 반치나 신선이 된거 겉은디... 그 참에도 각시는 산판 작업해 궁굴치 논 등걸들을 채리 봉깨 아까바 죽것는갑네! 엎어져도 기냥은 안 인나는 각신디, 이 좋은 낭구들을 기냥 내뿔고 가먼 잠이 안 오것제! 주구 성수가 낭구를 주 나릉깨 동숭도 항꾸내 거 들고 나서는디... 지가 채리만 보고 있쓰먼 난중에 국물도 없제! "어이! 차 내리 앙그먼 밑바닥 다 긁거 삐리고 가도 못 허껀디 엔간만 욕심 부리고 기냥 가세!" 해도 한나잘 논 품은 챙기야것다 시풍가 주다 나르는디... 말은 그럼서도 긁직헌 나무 톰박들을 댓짐 택이나 주 엉거 갖고 나옹깨 인자 군불 땔거리 걱정 안해도 쓰것다 시퍼서 나도 맘은 오지거마! 나오는디 동숭이 공 딜이 갖고 접 부치서 맹글아 논 '애기사과' 두 낭구를 빼 주는디 아짐찮타 허고 챙기다가 울 안에다 잘 숭거 놨씅깨 잘 허먼 후명년쯤에는 힉헌 사과꽃도 귀경 허것네! 근디 자고낭깨 온 산천이 힉허니 눈이 쌔이고 시상이 난리가 났는디, 넘 몬춤 낯빤닥 내 비추고 나온 복수초랑 노루귀랑 할미꽃들은 어쩌고 있쓰까 보고 자분디... 본시 짱짱허니 잘 살던 놈들잉깨 잘 전딜거고 맨 바람 씌는 거 보담은 힉헌 눈이불이라도 덮고 있쓰먼 상구 났것제! 그나저나 이러고 댕기다가 에나 나가 바람날까니 애 터지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