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일도 싸울 일도 아니네요...
함께 사는 길이 있다면 끝까지 찾아 봐야지요.
참 포근하고 평화롭게 생긴 작은 고을이 있습니다.
너른 들판 옆에는 작은 야산이 있고 그 너머에 행여나 남이 볼세라 다소곳이 숨어서 농부의 작은 꿈을 키우며 자라는 텃밭도서관이 있습니다.
감나무숲에 둘러 쌓여 이 곳을 알고 찾아 와서 노는 아이들이나 몇몇 이용자들 말고는 알지도 못 하고 눈길도 주지 않던 곳입니다.
도서관 앞 야산에는 이런 아름드리 적송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여름이면 백로나 왜가리 같은 철새들이 찾아 와 쉬어가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27년 전 1981년 여름에 허름한 마을회관에서 500여권의 책으로 초라하게 시작된 마을문고가,
1787년 9월에는 경운기 이동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였던 작은 도서관이,
세월의 변화에 맞추어 성장하여 이제 전원 속에서 마음대로 뛰놀고 주말이나 방학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농촌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조용한 도서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근 아이들이 가끔 찾아 와서 놀고 가던 텃밭도서관이 차츰 밖으로 알려지면서 농촌을 사랑하고 전통적인 생활을 체험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몰려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와서 하룻밤을 묵어 가기도 하고,
멀리 있는 아이들은 열차를 이용해 다녀 가기도 하는데,
정해진 규칙이 없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전시실에서 책도 보고,
추억을 생각하며 예전 생활을 체험해 보기도 하며
즐거운 놀이도 하는 소풍터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계절별로 각종 문화행사도 하며 작은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이 평화로운 곳에 뜻밖에 5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앞산에 공장이 들어선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허가증까지 받아 낸 업자들은 합법을 주장하며 공사를 강행하였고 이에 대항하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수 십만의 네티즌과 방송 매체들의 반대에 광양시에서는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라는 행정조치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소망은 아랑곳없이 한번 허가된 사항을 번복할 수 없다며 공사중지를 취소하라는 전라남도의 행정심판 결과를 알고나니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난 여름 뙤약볕 아래서 그토록 고생하셨던 노인네들을 이제 엄동설한 찬 바람 속으로 내 몰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전국을 시끄럽게 달구었던 수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무시한채 산 뒤에 조용하게 숨어 있는 텃밭도서관과 앞산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생활문화란 것이 무엇인지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무조건 도서관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아무런 피해도 없다며 공사를 강행하려는 업자와 법적인 하자가 없으니 막을 길이 없다는 공무원들을 믿고 우리 아이들의 물려 주어야 할 쉼터가 망가져 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 동안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공사를 못 하게 하려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 아니냐는 업자들의 항변에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대답도 못 하고 그저 행정심판의 결과나 좋게 나와서 행정적으로 막아질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그것도 물거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무더위와 싸우며 견디었던 여름이 가면서 무지하고 순진한 주민들은 모두들 다 끝난 것으로 알고 안정되어 가는 시점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력해진 업자들이 다시 공사재개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손발 묶고 눈만 멀뚱거리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다시 한번 맨손 쥐고 일어서 보렵니다.
촌놈들의 무지한 지역 이기주의라고 해도 좋고 지역문화를 지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해도 좋지만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한 몸 부서지더라도 극복해 나가겠습니다.
그렇다고 목숨 걸고 싸우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자는 것입니다.
20 여년 전 희망과 꿈을 싣고 동요소리를 드높이며 농로길을 달리던 경운기를 다시 꺼내어 녹을 털고 상처투성이인 몸을 닦으며 새로운 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시골길을 달려야 하는 경운기가 이제 도시로 서울로 달려 가며 전 국민의 의지와 기를 담아 모아야 할 중대한 사명감으로 긴 잠에서 깨어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지난 27년동안 작은 마을에 도서관이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을 주었던 경운기가 전국 각지에서 무료 도서 교환전을 하며 국민들의 성원을 모아 눈앞에 닥친 시련을 극복해서 텃밭도서관 지금 이대로 아름다운 자리를 지키게 될지는 모르지만 20년 전에도 쉽지 않은 일을 견디어 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견디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업자들이 공단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공장부지를 마련해 주면 문제는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고 상생하는 일입니다.
수 십억원의 자금을 투자하여 작은 도서관들을 만드는 판인데 그 절반도 안되는 비용으로 지킬 수 있는 도서관을 그냥 망가지게 바라보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텃밭도서관을 아는 많은 분들이 격려와 후원을 해 주고 있어 힘든 일을 겁없이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 작은 도서관이 보존될 가치가 있는 것인지 거국적인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이 추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공사가 시작되어 울창한 송림이 베어져 버리기 전에 마쳐져야 할 바쁜 일정입니다.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만들 듯이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정성들이 모여 작지만 소중한 텃밭도서관이 지켜질 수 있다면 이 도서관은 영원히 후손들의 몫으로 남을 것입니다.
*** 텃밭도서관을 지키기 위한 기금 모금은 무료 도서교환전을 병행하며 전국적인 축제로 진행됩니다.***
경운기 이동도서관 무료도서 교환전의 진행 방법은 경운기와 행사 진행용 트럭으로 이동하며 11월 중순 경에 시작하여 오전 중에는 이동(8시~12시)하고 오후(13시~16시)에는 무료 도서 교환전을 엽니다.
광양을 출발점으로 하여 순천, 구례, 남원, 임실, 전주, 익산, 논산, 공주, 천안, 평택, 오산, 수원, 안양, 서울..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이 도시들을 경유하여 서울 도착까지 15일 정도의 일정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도서 교환전은 공장 부지 구입자금 모금과 지지 서명을 동시에 받으며 교환 조건은 2000년 이 후에 발행된 도서에 한하여 2권의 헌 도서와 최근 발간된 새 도서 1권을 교환하는 형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각 지역의 행사에는 농악이나 놀이패들이 참여하여 흥겨운 문화행사와 함께 진행할 것입니다.
행사에 소요되는 도서는 1차로 최소한 1,000권의 신간을 확보하여야 하는데 현재 4~500권 정도가 준비된 상태이고 진행 중 그날그날 보충해야할 도서의 양도 적지 않을 것이기에 이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 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행사가 성황을 이룰 수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큰 행사를 진행하는 일이 농사짓는 농부의 머리로는 한계가 있기에 앞으로 세부적인 행사 내용과 출발 일정은 지역단체와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심사숙고하여 진행할 것이지만 보다 전문적인 경험이나 능력이 있는 단체나 개인들이 함께 해 주시면 더 흥겨운 문화행사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공장부지구입 기금모금계좌 :
우체국) 500140-02-010759 예금주 - 서 재 환
농 협) 611066-51-030617 예금주 - 서 재 환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