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황당한 일을 더 겪어야 할까...
정말 새새에는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살고 싶은데 세상이 가만 두지 않네요.
이런 시행공문이 뻔히 있는데도 사업자들에게 잡목을 벌채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작업을 실시하기에 광양시에서 시행하라고 정해 준 법령은 지켜야 할 것이 아니냐하고 따져서 겨우 보류를 시켰더니 이제 이런 공문이 오네요.
힘없는 주민대표는 오던지 말던지 이제 형식을 갖출테니 알아서 하라는 통보였지요.
그런데 이 날 정말 상황판단을 할 줄 아는 조경업자님께서 현장에 와 보니 뭔가 잘못된 것이다 싶었던지 나도 광양사람인데 이런 일에는 못 끼어들겠다고 일찍이 현장을 떠나 버렸습니다.
자기들이 믿고 모시고 오신 분의 돌발적인 행동에 시청담당자들이나 사업자들로서는 무척 당황하셨겠지요.
그래서 이 날 정밀조사는 자연스럽게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1월5일(토요일) 저녁에 이장님께 면사무소를 통해서 팩스로 전달된 긴급공문이 배달되었다네요.
4일 아침 사업자들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조금 늦게 나간 나는 이 분(조경전문가) 얼굴도 못 보았으니 다른 주민들도 많이 나온 상태도 아니었으므로 주민들 하고 언쟁을 벌일 시간도 없이 끝나 버렸던 일이었는데, 광양시청 공무원들께서는 남들은 다 쉬는 토요일에 비상근무까지 해서 머리를 짜 낸 결과가 이것입니다.
시청 직원들도 못 모시고 사업자들도 못 모시는 조경전문가들을 촌놈들이 조경업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어떻게 알며 이럴 경우 의뢰비는 누가 물어야 할 것인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6일 일요일을 제하면 이틀만에 통지를 하지 않으면 이제 주민들이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였으므로 조경업자 없이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광양시 공무원들의 탁월한 업무처리 능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정말 신의 영역에 계시는 분들이라 감히 촌놈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발한 생각을 해 내는군요.
이제 정말 가만히 앉아서 눈 뜨고 당하지 않으려면 능력있는 조경업자를 앞세워야겠는데 땅만 파 먹고 살던 처지에 어떻게 이틀 새에 그런 분을 모시겠습니까...
아마 8일까지 연락을 하지 못한다면 이것을 핑계로 9일부터는 신나게 작업을 시작할텐데 우선 그냥 당하지 않으려면 업자를 찾아야 하니 이 분야에 능력이 있는 분들이나 주변에 그런 분을 알고 계신 분들이 제발 좀 도와 주십시요.
광양시 공무원들보다 머리 좋은 분들은 진정 세상에 없는 것입니까?
추운 아침에 걱정이 되어 나와서 모닥불 좀 쬐고 들어 간 죄가 이리 크네요...
이 일을 일선에서 지휘 감독하시는 기업지원경제과(구 상공과) 과장님은 이 공장이 처음 사업을 신청하였던 2006년 8월 28일에는 진상면장으로 계시던 분인데 위의 공문이 진상면에까지 발송된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게 있는데도 전혀 자신을 몰랐다고 하고 있으며 지금은 당시 사업허가를 내어 준 공무원들의 뒤를 이어 사업 진행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영혼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아래 글은 진상 주민들께 전하는 호소문입니다)
진상면민들께 올립니다.
그 동안 진상면의 중앙이라고 할 수도 있는 청도마을 안산에 들어서는 소각로 제조 공장을 반대하기 위하여 면민들께서 물심양면으로 협조하여 주신 덕분에 지금까지나마 공사 진행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 그토록 뜨거운 염천 속에서 면민들이 전체가 합심하여 공사를 저지한 덕분에 공사 중지까지 이끌어 냈으나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전라남도의 행정심판을 받음으로서 더 이상 막을 수 있는 어떠한 명분도 없었기에 청도마을의 서재환부부는 어떻게든지 조용하게 막아 보자 싶어서 집사람이랑 엄동설한에 경운기와 트럭을 타고 19일 동안 전국을 누비며 공장 이전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해 보려고 노력하였지만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끌어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1천 여 만원이라는 기금을 모으기는 하였지만 도서교환전 행사에 들어 간 비용을 제하고 나니 고작 200여 만원이 남아 이들 부부가 고생만 실컷하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행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면민 여러분!
공사 내용이야 다 아시는 사실이니 접어두기로 하고 이 공장이 들어서는 곳은 사람 얼굴에 비교한다면 진상면의 코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울창한 송림과 백로들이 평화롭게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다가 3,000평이 넘는 면적을 허물어 내어 공장을 만든다는 것은 비록 당장은 500평 규모이고 공해가 없는 공장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세상에 공해가 없는 공장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동안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 보았지만 결국에는 진상면민들의 뜻을 모으지 못 하면 이제 며칠 안 가서 소나무들은 베어지고 공사는 시작되게 되었기에 마지막 남은 방법을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려 봅니다.
지금 진상면에는 수자원공사에서 지역 개발을 위하여 제공한 자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상면 전체를 위하여 사용하여야 할 자금을 청도마을 안산에 투자하라고 하는 것이 청도마을의 이익만 강요하는 것 같아서 여태 말을 못 하였었는데 이 공장으로 인한 피해는 진상면이 다 함께 받게 될 것이므로 조금 넓게 생각하신다면 수어천 수계 개량 공사의 일환으로 작은 공원하나 정도 갖는 것도 결코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최후의 의견을 올려 봅니다.
공단지역에 공장부지를 마련하여 이전을 하게 되면 그 금액이 얼마나 들어 갈 것인지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업자들이 현재 공장을 세우려는 규모가 500평 정도이니 이에 상응하는 부지를 마련하여 준다 생각하고 진상면민들의 뜻이 합심하여 협상한다면 광양시의 협조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선대들은 어려운 시기에 남보다 먼저 학교를 세워 진상면이 동부광양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였던 선례가 있습니다. 그로 인하여 진상면민들이 지금까지 가슴 속에 품고 살아 온 자존심은 읍내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맞은편 빤히 바라보이는 청룡산에 공장이 만들어져 그동안 인재의 산실이었던 진상의 기가 끊어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지금 공업화 과정에서 면의 세력이 많이 약해져 있다고는 하지만 진상면 들 가운데 들어서는 공장 하나를 막지 못하게 된다면 훗날 더 이상 선대나 후손들에게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 공장이 결코 좋은 것이었다면 진상면의 한 가운데까지 오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어떤 지역 간의 이해타산으로 다투며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 후 우리 진상인들의 자존심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거듭 부탁드립니다.
진상이 현재처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유지되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전국 방방 곳곳에서 모아 주신 1,0767,000원의 기금이 행사를 진행하는데 거의 사용되고 말았지만 행사 비용(12,886,000원) 중 4백만원은 청도 주민들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서재환부부가 전액 부담하여 국민들이 모아 주신 성금 중 1,000만원을 그대로 내어 놓겠답니다.
대부분 진상면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분들이 이 어려운 시기에 청룡산의 송림을 지켜보자고 각자의 주머니를 털어 모아 주신 돈입니다.
온 국민의 이런 관심과 배려를 받으면서도 청룡혈 자리라는 좋은 명당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송림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부디 진상면의 발전을 위하여 애쓰시고 선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께서 뜻을 모아 길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2008년 신년 아침 청도마을 주민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