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부모님은 안녕하십니까...
이 추운 겨울에...
1차 사업 신청에서<사업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음>이라는 부동의 판정을 했던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수목 중 수목이 양호한 수목(흉고 직경 10cm 이상)에 대해서는 정밀조사를 실시하여 사업장내에 차폐수림으로 재활용함으로써 훼손수목이 최소화 되도록 하여야 함.>이라는 협의의견을 첨부하여 사업승인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밀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자들의 판단에 맡기어 벌채를 허락하였던 광양시가 협의의견을 준수하라는 거듭된 환경청의 통보로 울며 겨자먹기로 정밀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경전문가가 50여 그루의 소나무를 정밀조사하면서 그 중 40그루가 이식 가능하다는 판정을 하자 상황이 급변하였습니다.
이런 상태라며 전체 해당면적에서 100~200여 그루를 옮길 수 있다는 판정이 나올지도 모를 상황이었으니까 그 이식 비용을 생각하면 도저히 공장을 지을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니까 이런 정밀조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중단을 요청하였고 함께 참석하였던 공무원의 묵인 아래 정밀조사는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정밀조사는 중단되었는데 주말을 틈타 업자들은 벌채를 시작하였습니다.
왜 정밀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벌채를 하느냐고 막는 주민들에게 처음에는 10cm이하의 잡목은 베어도 된다는 허락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공무원들도 10cm 이하만 작업할 것이니 베어도 된다는 전화 대답 뿐 어느 누구도 현장에서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맥 빠진 주민들이 쳐다만 보고 있는 사이에 웬만한 잡목들은 다 넘어지고...
주민들이 바라만 보고 있으니 신이 난 사업자들은 다음 날은 이제 소나무 아니니 베어도 된다며 아름드리 자연수들을 모두 베어 넘겼습니다.
전날 작업을 하고 난 다음이라 이 정도 베는 것은 반나절 정도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작업을 중단시키고 현장에 나와 보겠다는 공무원들은 끝내 만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겨울바람이 추워서 떠는지 톱날이 무서워서 떠는지 모를 소나무만 남았습니다.
사업자들은 이제 이것도 베어 버리고 벌금을 물던지 몸으로 때우면 그만이라고 큰소리 치고 있습니다.
정밀조사도 인정할 수 없으니 다시 할 필요도 없고 차폐수로 사용될 몇 십 그루만 남가고 모두 베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정말 답답하고 세상 어느 곳에도 하소연 할 곳이 없는 주민들이 그래도 시장님 만나 애원이라도 해 보자고 해서 시청 앞으로 나갔습니다.
어디 데모라도 해 봤어야 어찌 하는 줄을 알지요.
저 역시 이런 일은 처음이니 겨우 현수막 하나 달랑 만들어 걸고 나섰으니 정말 마음 뿐인 거지요.
이런 데모꾼들 보셨습니까?
그 흔한 마이크 하나도 없이 겨우 북 장구 몇 개 빌려 나서서 목청껏 소리 질러 봤짜 길 건너 따뜻한 사무실 안에 계시는 분들 귀에 들어 갈리가 만무한 것이지요.
높으신 분들은 다들 바빠서 처다 보지도 않는 시청 앞 시민광장에서 그냥 이렇게 이 추운 삼동에 세시간을 오돌오돌 떨기만 하다가 왔습니다.
제법 젊다는 내가 이렇게 추울 때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노인들이 따뜻한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견딜 때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그만하고 가자는 분들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언제까지라도 나오겠다네요.
광양시에서 차폐림에 사용 가능한 나무 몇 십 그루만 남기고 나머지는 벌목을 강행하겠다고 영산강유역 환경청에 질문한 내용에 대한 환경청의 회신 내용입니다.
주민들과 타협해서 공동조사를 하라는 내용인데 사업자들은 주민들 의견은 물어도 안 보고 벌목 준비부터 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이 소나무들을 마을 주민들이 장소를 마련할 터이니 마을 내로 이식을 해서 이렇게 귀한 나무를 살려 달라는 요청까지 하였지만 귓전으로 흘리고 맙니다.
조경업자들이 군침을 흘릴 정도로 귀한 나무들인데 사업자나 공무원들 눈에는 장작개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내일은 또 공무원들이 쉬는 날입니다.
내일부터 벌목을 강행하겠다는 업자들의 결정을 그나마 알려 주는 사람이 있어 알기는 했는데 지금까지 해 온 사업자들의 수법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저녁 늦게 갑자기 받은 연락이라 미처 준비도 못 하고 지난 여름의 악몽에 모두들 잠도 못 이루고 있을 것입니다.
그 때도 용역업체를 동원하여 순식간에 30여 그루를 절단하였는데 이제 주변 정리를 다 해 논 상태이고 여러번 연습을 해서 익숙해진 사람들이 더 단단히 준비를 해서 나온다면... 결과를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지난 일년동안 너무나 지겹게 이런 글만 써 올리다 보니 이제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비참해집니다.
그렇다고 아무도 모르게 이런 불법행위들이 법치국가 안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당하고 덮어 둘 수만은 없는 일이기에 또다시 글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일이 아니 이제 오늘이네요. 오늘 새벽이 제일 문제입니다.
오늘만 넘기면 내일부터는 움막이라도 만들어 끝까지 노숙이라도 하며 지켜 보겠다는 분들이니 그 때는 쉽지 않겠지요.
정말 지겹다는 생각 마시고 소나무 몇 그루 지키고 마을 주변에 무엇을 만들지도 모르는 공장이 들어 오는 것을 막아 보겠다고 이 추운 겨울에 길바닥에서 떨고 있는 노인들을 고향의 부모라는 생각으로 지켜 봐 주시고 힘과 용기를 주십시요.
저들이 얼마나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민초들이라고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힘없이 당하고 나면 나중에 공장이 문제가 된다고 떠들면 못 살면 나가라는 소리가 나오겠지요.
다음은 또 누구 차례가 될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