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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막살이 집 한 채(1)

농부2 2009. 4. 7. 22:57
참말로 벨 것들이 다 들어 오네..

오막살이 집 한채(1)

새 거는 헌 걸 찢고 나온당깨...

 

 

몇 년 전부터 황토방을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것저것 여건이 안 맞고 주변 상황이 어수선한 세월을 보내고 보니 올해도 또 입으로만 짓다가 마나 하는 조바심이 생겨 무조건 집자리부터 만들자고 작정을 하고 시작하는데..

 

몇 십년 동안 한 자리 터 잡고 살아 오면서 무조건 쳐 박아 놓기만 했던 창고라 비워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네.

 

추울 때를 생각해서 하나라도 더 주어다 모으려고 애를 썼던 땔나무들도 이럴 때는 또다른 짐이 되는그마.

그런데 집을 다 지을 동안 부엌이 없어서 곤란하지나 않을련지 모르겠네..

 

해방 후에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는 이런 깡통 하나하나가 엄청난 보물 같았었는데 이제 더 이상 밀려 날 곳이 없네.

아버지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장마당을 돌아 다니며 잡화장사를 할 때 사용했던 도구들이니 나보다 더 나이는 많은 것들이고 우리 6남매 형제들을 키워내는데 정말 큰 힘이 되어 준 것들인데...

 

이것은 소 목에 매다는 방울인데 요새는 이 소리를 워낭소리라고 엄청 세상이 떠들썩 하던데..

 

어이~! 각시! 워낭소리 보러 가자고 그리 목을 매던데 이리 매고 다니면 원 풀리겠는가?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지팡이가 없어서 우산대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지팡이는 자식들이 사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카페에 광고를 해서 부산 살던 메꽃동생이 사 들고 왔던 지팡이가 나오니 새삼스럽게 할머니 생각이 간절해 지네.

http://www.jeonlado.com/v2/ch01.html?&number=3568

 

이것은 대전 살던 춘시미동생이 작은 아들놈이 놀러 가서 쇼핑센터에 데리고 갔더니 아버지가 좋아할 물건이라고 하더라며 사 보내 준 연장통인데 제대로 못 써 묵고 있었네.

이제 창고가 없어지니 안 써 묵을 수가 없겠그마.

 

 

어머니가 한갑이던 해는 희안하게도 아버지는 칠순이었고 할머니는 88세 미수(米壽)였기에 나름대로 큰 잔치를 하기는 했었는데 지금 같았으면 더 큰 행사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그마.

 

한창 젊은 시절에는 경운기에다가 탈곡기 타막기 실고 다니며 이웃집 벼나 보리 타작을 할 때 쓰던 벨트인데 이제 이것도 어디에다가 걸 곳이 없어져 버렸네.

 

군대 제대한 후에 아이들이랑 참 많이도 어울려 다니며 써 먹었던 텐트가 이제 지퍼도 안 움직일 정도로 묵혀 두고 살았으니 참 무심한 것이 세월이네.

그래도 올 여름에는 잔디밭에다가 쳐 놓고 놀러 오는 아이들이랑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더 써 먹고 보내야겠그마.

 

 

허허~! 이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네?

처음으로 경운기 이동 도서관을 하면서 만들었던 책꽂이인데 경운기 트레일러에 책꽃이를 만들어 단 후에 이것은 연장 선반으로 사용하다 보니 아직까지 남아 있었그마.

아마 홍익이랑 동갑 정도나 될 것인데 이것이 뭔지 제대로 알고 싶으면 밑에 있는 주소를 찾아가 보면 알 수 있을 거여~!

http://www.jeonlado.com/v2/ch01.html?&number=5559

 

이것을 보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지난 겨울에 먼 길 가신 어머니께서 생전에 분명히 밖에 있는 자식들을 생각하며 갈무리 해 두셨던 나물들일텐데 생전에 다 나누어 주지도 못 하셨고 나 역시 이런 것이 있다는 것도 몰랐으니 아직까지 제대로 주인을 찾아 가지 못한 물건들인데...

 

 

정말 조그만한 창고 하나 속에 참으로 많은 추억이 있고 하찮은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을 되새겨 듣다 보니 창고 하나 치워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

이제 이 작은 창고시대는 마치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모습으로 바꾸어 가는 모습들을 보여 줄 텐데, 작은 집 한 칸이지만 건축에 필요한 복잡한 작업 과정을 다 거쳐야 하고, 집이 다 지어 진다면 크던지 작던지 잘 지어졌던지 실패를 했던지 하나하나가 혹시 집을 지어 보려고 준비하는 다른 분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광양 토백이 말이 아닌 표준말로 쓰는 것이니 이해하시고 지루하겠지만 끈기를 가지고 봐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