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살이집 한 채(제8화)
싸구려나 찾는 서방.. 좋은 집만 보는 각시...(5. 19.)
황토 챙겨 놓고 돌도 좀 주어다 놨으니 이제 기중 세울 준비를 해야겠는데 여기저기 알아 보니 나무값들이 장난이 아니네.
그나마도 가까운 곳에는 통나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고 멀리 남원까지는 가야될 모양이니 잘 알아보고 제대로 숫자까지 잘 맞추어 두 번 나서지 않도록 하는 일도 큰 일이다.
넉넉하지 않은 촌살림에서 집을 짓는 일이 맘 먹기는 쉽지만 실제로 지으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할 지도 모르겠고 자주 짓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서 조금만 욕심을 부려 놓으면 집 덕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깔려 죽는 꼴이 되는 경우도 많이 봤기에 보통 조심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한 푼이라도 줄여 보자니 싸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발품을 팔아서라도 미리 챙겨 두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도 멀지 않은 순천에 골동품들을 취급하는 가게가 있어서 기둥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있나 싶어서 나가 봤더니 헌 집을 뜯어다 놓은 기둥들이 있지만 아직 제대로 설계도 안 나오고 가르쳐 주는 목수도 없으니 꼭 필요한 것만 사지는 못 하고 좀 넉넉하게 살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한 세대 이상을 견디어 온 나무들이기에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견디어 줄련지는 모르겠지만 생나무가 아니라 무게는 가벼워서 좋네.
제대로 챙긴다고 챙겨서 싣기는 했지만 싣고 나니 뭔가 허전하기는 한데 준비한 돈도 넉넉하지 않으니 부족한 것은 집을 지어 가면서 챙기기로 하고...
비바람을 피해서 넣어 둘 창고가 있으니 일단 덜 바뿔 때 챙겨다 두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생각나는 대로 챙긴 것이 기둥 12개 정도에 마루판, 마루틀, 방문, 부엌문, 샛문, 창문까지 대충 챙겨 실었는데 새나무가 아니다 보니 이제 이 나무들을 살려서 제자리에 앉혀 줄 목수를 찾는 일이 제일 큰 일이네.
그런데 괜히 황토집 지어 주겠다고 바람을 넣어서 이제 각시는 어디 가다가도 눈에 띄는 황토집만 보이면 차를 세우고 가서 들여다 보며 이런 집을 짓자고 답답한 속도 모르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데...
"어이~! 시방 나가 이런 집 질 재주가 있쓰먼 촌구석에 들앙거서 땅이나 파고 엎짓것능가? 진작에 집장수 나가 삐맀제...! "
세월아 네월아 오고 가지를 마라~!
인자 매실 딴다고 바빠질 거고 흙집은 장마지면 못 짓는다는데 정말 지금처럼 정신없이 계속 바빠지면 올해 안에 주춧돌이나 만져보게 될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