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살이집 한 채(제22화)
로켓이 빠른 것은 꽁지에 불이 붙어서라니까...
하루가 급하지마는 추석 연후를 보내고 하루 더 쉬겠다는 일꾼들 때문에 6일부터 다시 작업이 시작되었고 벽 바르는 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여러 날을 기다렸다가 함께 시작한 목수들은 마루 놓는 일을 차근차근 해 나가는데 목수와 토수가 함께 일을 하려니 겹쳐지는 부분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불편하고 번거롭다.
그래도 마루판이 하나 둘 맞추어져 가고,
외벽을 적토로 발라 놓으니 훨씬 모양이 난다.
하룻동안 마루 놓는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다음날로 미루어 진다.
마음이 바쁘니 밤낮이 따로 없다.
미리 준비해 둔 오래된 목재들이 턱없이 부족하여 새 나무들을 군데군데 끼워 넣다 보니 정말 양복 입고 갓 쓴 꼴이라 대충 가려 볼 셈으로 야간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래도 전기공사를 대충 마쳐서 밤일도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10월 7일, 이 날은 정말 집짓는 공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로 바쁜 날이었다.
지붕에 이엉을 얹기로 한 날인데다가 목수들은 마무리 하지 못한 문짝도 마져 달아야 하고 토수들은 하리가 바쁜 흙벽작업 때문에 쉴 새가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이엉을 이을 줄 아는 인근 마을 형님들이 손을 맞추어 주겠다고 나서 준 것이다.
맨 지붕에다가 새끼줄을 늘여 기본 틀을 잡고 이엉을 고정시켜 가며 엮는 것인데 갈대는 짚과 달라서 길기도 하고 미끄럽기도 하여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방 안에서는 잔치 행사에 임시로라도 사용하려면 시멘트벽을 가려야 하니 시멘트 벽에 철망을 고정시켜 황토를 바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일꾼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면 일이 자꾸 늦어지므로 다른 것을 바르는 동안 강진서 달려 온 동생이 맡아 설치를 하고 있다.
정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
이건 정말 육해공 합동 작전이 무색하다.
문틀을 맞추고 옛날 장석을 다는 일은 훨씬 까다롭고 복잡하다.
지붕 위에서는 갈대를 깔 준비를 하느라 바쁘고,
제일 마지막에 올릴 용머리는 이웃 어른들 몫이다.
옛날처럼 낫으로 벼를 베지 않으니 짚이 짧아서 용머리 엮기가 쉽지 않다고 하면서도 옛 솜씨를 잊지 않고 잘 엮어 주신다.
그 통에 제일 바쁜 사람은 각시다.
한 달이 넘도록 하루 다섯 끼니를 챙겨 내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잘 견디어 주니 말할 수 없이 고맙다.
지붕에 갈대가 덮여 가는데 워낙 미끄럽다 보니 제대로 맞추어 놓아도 조금만 움직이면 밀려내려 와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가을내내 밤 딸 때는 까딱도 하지 않던 바람이 일본쪽으로 지나가는 태풍 때문이라며 매섭게도 불어 대니 밑에서 쳐다보기도 아슬아슬하다.
용머리도 대충 맞추어 지고,
문틀도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 들어 간다.
제일 보기 흉하던 부엌과 안방 사이의 내벽도 눈가림이지만 황토로 발라지니 훨씬 보기가 나아진다.
정말 묘기대행진이 따로 없는 일들이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모양이 잡혀 가는데, 갈대 양을 잘못 계산해서 반이나 남는 바람에 오후에 다시 한번 더 처음부터 덮는 바람에 더 힘들게 작업을 하였다.
방 안도 이제 제대로 모양이 잡혀 가네.
문을 달고 나니 이제 집 모양도 서서히 들어나고...
짚 이엉은 이어 봤지만 갈대지붕은 난생 처음 이어 본다던 형님들이 그것도 두 번씩이나 씌우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하였지만 그 덕에 외형도 제법 재미난 모양으로 바뀌어 간다.
부엌문 위에는 옛날 기억을 살려 다락을 넣고 이웃집 창고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작은 문짝들을 얻어다 달았더니 제법 폼이난다.
근데군데 서까래 끝에 못을 박고 갈대는 대나무로 눌러서 고정시키는 일도 누가 미리 알려주지 않으니 재료들을 미리 챙겨두지 못해서 일을 바쁘게 하였는데 그 덕에 칡넝쿨 대신 구운 철사를 이용하여 겨우 마칠 수 있었다.
목수들은 화장실을 만들 곳에 문을 다느라 정신이 없네.
갈대를 얹고나니 용머리 길이가 늘어나서 다시 급하게 늘이는 작업을 하고,
춤세라고 하는 모서리 부분의 긴 서까래에 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짚단을 넣어 방비를 하는데 방수는 별도로 하였으니 큰 의미는 없지만 모양을 갖추는 것이다.
지붕 위 작업이 대충 마쳐지니 이제 예쁘게 이발을 해야지.
엉성하기만 하던 지붕이 가위질을 하고 나니 아주 핸썸해 진다.
사람만 이발하면 예뻐지는 줄 알았더니 지붕도 그렇네?
다락은 사람이 들어 가도 끄덕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안방에도 다락을 만들어 이불 정도는 넣을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미쳐 생각을 못 한 것이 아쉬워진다.
이렇게 용머리만 걸어 놓고 하루 해가 저물어 일을 끝내자는 것을 바람도 많이 부는데 어찌 그냥 둘 수 있느냐고 사정을 해서 동줄까지 겨우 맬 수가 있었다.
7일 하루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까지 만들어진 모습이다.
짚하고 달라서 길이가 긴 갈대로 맞추다 보니 가운데만 많이 덮이게 되어 물매가 완만하게 된 것이랑 짚이 잘라 용머리가 겨우 걸리게 된 것이 옥에 티다.
화장실 문은 북풍이 많이 부는 곳이라 방부목을 사용해서 투박하게 붙여 놓았다.
이제 목수일은 모두 끝났다.
아직 문종이를 바르지 않아 휑 하지만 정말 어렵게 행사 전에 이런 모양이라도 만들어 내게 되니 큰 걱정이 덜어졌다.
집이 대충 정리되어 가니 이제 3일 후에 시작될 행사 준비가 또 걱정이다.
그런 와중에 정말 고운 아주머니가 여태 아이들이 엉망으로 흐트려 놓았던 도서관 정리며 청소를 도맡아 해 주어 진짜진짜 고맙다.
여태 혼자서도 준비를 했었는데 옆에서 거들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까짓 거 닥치면 어떻게 되어도 되겠지 뭐~!
로켓이 바른 것은 꽁지에 불이 붙어 그런당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