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 나도 좀 살자!
- 서 재 환 -
꼬랑 갓에 버들 강생이가 다 피도
봄이 와도 온 거시 아니라 쌓터마는
매화꽃 한나잘 귀경 허고
산수유꽃 쪼까니 더 봐 보고
베랑 먼 눈 폰 것도 없는디..
언재 달라 들었던지
앞산에는
깨끗짱다리꽃이 삘그러니 산천을 덮고
뒷골 꼬사리들은 언능 안 오냐고 손을 흔들어 싼다.
아직 문전 옥답도 다 못 갈아 뉩히고
종자 봉다리에 든 곡석들도 다 제 밭에 못 숭것는디
강 건너 벚꽃이 다 터졌다고
봄바람에 기벨을 해 쌍깨
맘만 붕붕 떠 댕기는그마.
어째사 쓰까 이~!
시작 헐 직애 허는 꼬라지로 봐서는
올 둥 말 둥 허던 봄이
콧빼기를 내 배김서부터는 어찌나 날래개 내빼는지
하나 뿐인 몸뗑이로는 가랑이가 째지개 쫓차 가도
반동가리도 못 따라 가고 숨 넘어 가것네.
봄아~!
제발 적선헌다 허고 쉬엄쉬엄 좀 가자~!
그란해도 북망산이 저만치 배기서 오금이 저리 죽것는디
맨날 뒤도 안 돌아 보고 내빼기만 허먼
몸은 늙고 맘만 청춘인 이 내 몸이
어찌 전디 내것냐~!
봄아~! 나도 좀 살자~!
출처 : 농부네 텃밭도서관
글쓴이 : 농 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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