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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이와 두꺼비

농부2 2005. 11. 1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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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이와 두꺼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제!

 

 

어느 가을 날, 두꺼비 한 마리가 나들이를 하였다.

'아따! 날이 꼽꼽헌 거시 씨언허니 한 줄금 헐랑가?'

비만 오면 신이나는 두꺼비는 은근히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바윗틈에서 쉬고 있었다.

'오랫만에 껍딱이나 좀 몰라 보꺼나? 암튼 나이는 못 섹인당깨... 폴다리도 애리고 허리도 쑤시 싼디 선선허니 여그서 한숨 걸치고 가먼 쓰것네!'

잠꾸러기 두꺼비는 잠시 쉬는 동안에 깜빡 잠이 들었는데...

 

마실 나갔다 들어 오던 홍순이 눈에 띄고 말았다.

'어라? 어디서 궁구라 묵던 떡뚜꺼비 겉은 놈인디 넘의 구역에 와서 겁대가리도 없이 퍼질러 져 자빠졌당가?'

세상 물정도 모르고 겁없는 장난꾸러기 홍순이는 첨 보는 두꺼비를 보니 신기해서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이런? 뭔 개 뻭따구 겉은 놈이 어른 주무시는디 딜다보고 깝죽기리 싼다냐?'

인기척에 잠이 깬 두꺼비는 매일 온 집안을 설치고 다니는 홍순이를 잘 아는 터라 놀랄 것은 없었지만 단잠을 깨니 신경질이 났다.

 

이상하게 생긴 두꺼비를 한참 들여다 보던 홍순이는 두꺼비가 잠에서 깨어나자 함께 놀고 싶은 생각이 들어,

"어이~! 못 보던 친군디 거그서 뭐 헝가? 쑥쑥헌디 쳐 백히 있지 말고 날도 존디 나와서 나랑 공 궁굴기나 허고 놀먼 안 되까?" 하며 악수나 하자고 손을 내미는데, 나이 많은 두꺼비는 한 살도 안 되는 홍순이의 버릇없는 말에 화가 나고 말았다.

"어이 라니~! 이런 하룻강생이 겉은 놈이 나가 니 할배보담도 더 어른인디 니 놈들은 어른 알아 보는 것도 안 배우냐?"

심심하던 참에 기왕 만났으니 동무나 해서 놀아보자고 오른손을 내밀었던 홍순이는 먼저 화를 내는 두꺼비를 보니 괜히 머쓱해지고 덩달아 화가 나는 것이었다.

"어쭈구리~! 이런 돌탱자만 헌 놈이 낯빤닥에 주름만 많으먼 어른이냐? 심심해서 항구내 놀아 주꺼나 했더마는 쬐깐헌 거시 썽질은 제복이그마 이~!"

막말을 하며 버릇없이 덤벼드는 홍순이를 보고 혼을 내 주려고 온 몸을 잔뜩 부풀리던 두꺼비는 그래도 한 솥밥 묵고 사는 처지를 생각하고 잠시 화를 삭히며,

"나가 시방 혈압이 실실 올라간디 험헌 꼴 안 볼라먼 더 건들지 말고 언능 가서 눅엄니 젖이나 더 묵고 와라 이~!"하고 점잖게 타일렀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다 귀여워 해 주니까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는 홍순이가 그 말에 물러 설 녀석인가?

"아따! 그 놈 말 한본 야무지개 허네! 그래 썽질 돋구먼 니가 어쩔껀디... 아~나 부애 내 봐라! 나가 시퍼 배기도 독새헌티도 해 본 놈인디 참말로 촌놈 겁주고 있그마 이~!" 하며 깐죽기리고 덤벼 드는디,

'에구~! 참말로 에린 놈들 허고는 말을 말아야헌당깨! 예전 겉앴쓰먼 진작에 니 놈 눈구녕이 안 배기개 해 뿔것다마는 한 살이라도 더 묵는 나가 참아야제!' 하며 돌아서면서도 화가 나는 것을 참지 못 하고,

"야! 이놈아! 나가 눈지는 느그 할배헌티 물어 보고 와서 깝죽기리거라 이~! 사람들이 나를 어찌 모시능가 책도 안 보고 신문도 안 보냐? 암튼 무식헌 놈들은 겁도 없당깨... 쯧쯧!" 하고 뼈 있는 말을 한 마디 한다.

 

'절 뵈기 싫으먼 중이 뜨라더마는 에린 놈들허고 드잽이질 해봤짜 나 꼴만 더러버 지제 뭐! 이런 꼴 안 보고 살라먼 꿉꿉허나따나 집구석에 쳐 백히 있는 거시 젤이랑깨!'하며 집으로 가는데,

 

두꺼비가 엉금엉금 기어 가는 모양을 보니 속으로, '이 냥반이 어기적기리고 가는 폼을 봉깨 참말로 낫살이나 묵기는 묵었능갑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마는 그래도 얼른 나가 잘못했소 하는 소리는 죽어도 하기 싫어서,

"이보슈! 뚜꺼비 할배~! 주뎅이로는 큰소리 땅땅 쳐 쌈서 시방 가는 거다요~! 자는 거다요? 어디까지 갈랑가 몰라도 나가 물어다 주까?"하며 깐죽거리는데,

"니 놈도 늙어 봐라! 삭신이 맘대로 움직기리 징가... 개 맹키로 엎어져서 뭘 그리 채리보는 거여? 어디 귀경 놨냐?"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두꺼비가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두커니 바라보던 홍순이는 그제서야, '거 참! 나가 뭘 잘못했능가? 심심헝깨 항꾸내 좀 놀아 볼라고 했더마는 되개 부애를 내 쌓크마 이~!'하며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 처음부터 이야기를 잘 해서 함께 어울려 놀 것을 하는 후회도 하였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두꺼비가 돌아 간 후 갑자기 혼자라는 생각이 들자 서글퍼 진 홍순이는, '에구~! 그나저나 낙엽은 지는디, 더 추버지기 전에 늑대 목도리라도 한볼 장만해야 쓰껀디... 나으 반 쪼가리는 시방 어디서 헤매고 있쓰까 이~!' 하며 멍하니 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어설픈 동화가 살아있는 농부네 텃밭도서관에도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