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동 사람들

여그보다 더 재미나개 사는 노인네들 또 있소?

농부2 2003. 9. 23. 19:07


 


이만허먼 효도마을로 자랑해도 되것제?


 



우리 동내 바로 젙에 있는 목개촌이라는 동내는 몇 년 전부텀 여름만 되먼 노인네들 사는 집이는 부섴 아궁지에 불이 꺼져 뿌는디 끼니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더분디 각단지개 밥 안허고 항꾸내 모치서 정심을 낄이갖고 온 동민이 모치 묵어서 근다.


날도 덥고 땀나 싼디 젝제금 밥 허는 일도 심들고 헝깨 정기나무 밑에다가 한디솥을 걸어놓고 밥이먼 밥, 죽이먼 죽을 쌂아 내는디 혼차서 한사람 묵을 밥 허는거나 둘이서 열사람 묵을 밥 허는거나 거그서 거그 갈만 헝깨 이약해 감서 놀아 감서 온 동내 할매들이랑 어울리서 따신밥을 맹글아 갈라 묵는 재미에 날 더분 줄도 모른다.



그전에는 동내 집집이 제새나 생일이나 있쓰먼 호빡 장만헌 음석들을 지고 이고 우산각이나 정기나무거리로 갖고 나가서 모치 노는 노인들을 대접허고 허다봉깨 4~50집 사는 동내가 한집이 한본만 치뤄도 여름내 잔치만 허는가 시풀 정도였는디 이고지고 나댕기는 일도 에렙고 잔치 없는 날은 심심허고 헝깨 기냥 모친 자리서 되는대로 해 묵기로 헌 건디... 젊고 아그들이나 있는 집이야 어찌해서라도 끼니를 이녘 집이서 챙기 묵제마는 혼차 사는 할매나 할아씨들은 귀찮코 헝깨 엔간허먼 건네 뛰 뿔기도 해서 누가 허던지 여개 나는 사람들이 쬐끔만 손 모투먼 되는 일이고 여럿이 우접해갖고 허는 일이라 농깨 재미도 난다.



낭구 밑에서 노는 할매들은 누가 고구맷대라도 짱그라 끄다노먼 노느니 염불헌다고 여러 손으로 닥달허먼 금새 깨끔허니 따듬아 묵개 맹글아 뿔고, 호박 이파리라도 뜯어다 노먼 누가 맛낸 젓 있다고 챙기 오고... 사람이 모치노먼 안 맛낸 것도 없고 겁나는 일도 없는 벱잉깨 모치서 묵는 재미에 할매들은 자리를 뜰 생각을 안허고 선선헌 정기낭구 밑에 내 논 와상에서 놀다가 자다가 험서 더우를 피허다가 때 되서 쬐까니라도 더 젊은 아지매들이 맹글아 채리 논 밥을 앙근 자리서 닐이 놓고 묵는디 전날 꿈 잘 꾸먼 넘우살 덤벵이라도 맛보고 앙글먼 너물새 한가지에 물을 몰아서 묵더라도 여럿이서 서로 숟구락 볼금기림서 묵는 재미에 인날줄을 모르그마!



워낙에 손 큰 아지매들이 허는 밥이라 정 때 묵고 남은 걸로 저녁 땟거리까지 대충 때우고 들어가 잠만 자먼 되고, 된 일 허는 철이 아닝깨 아직질에는 기냥 집 소제나 험서 전디다보먼 금새 맛낸 정심이 나옹깨 할매 할아씨들 살기가 여그만큼 좋은 동내도 별로 없쓰꺼그마!


이리 많이 모치서 묵는 판잉깨 때 되서 지내는 사람은 기냥 가먼 욕 묵을 판이고 한숫구락이라도 믹이서 보내야 맘들이 편헝깨 가끔 체부도 때 맞으먼 한숫구락 거들고 나 맹키로 딴 일 보로 온 놈도 죽 양판을 퍼 앵기는디 마침 나가 간 날은 쌩콩 갈아 갖고 맹근 칼국시를 낋이는 날이라 야들 묵어 본지도 오랫만이라 참말로 꿀맛이네







이러코롬 재미난 동내라 그란해도 자랑 좀 해야 쓰것다 시펐는디 때마차 추석 전에 KBS방송국에서 어디 재미난 동내 소개 좀 해 주라는 기벨이 와서 이 동내 이약을 했더마는 달리 와 갖고 하리 잔치를 열고 신나개 노는 걸 찍어다가 추석날 아직에 비차 주고 짐치 냉장고랑 쌀통도 보내 주기도 했는디... 인자 추석도 쇴고 날도 선선해 졌씅깨 쎄가나개 젝제금들 가실겆이들 잘 허시고, 할매 할아씨들! 많이 서운허시것제마는 올해는 이만 넹구고 삼동 남서 썽질 급허개 넘 몬춤 먼 질 가지 마시고 내년 여름까지 잘 전디고 버투시시오 이~!


시방보담도 더 존 시상이 또 오껑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