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달집놀이
"동민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 오늘은 대보름날이라서 달집을 질라고 헝깨 동민 여러분들은 싹 다 회관 앞으로 모이 주시시요!" 동내 스피카에서 이장이 방송을 허는디, '음마? 이장님이 다치 갖고 입원해서 올해는 달집 안 질 줄 알았는디 언재 나왔던갑네?' 글고 낭깨 매구 치로 온다는 풍물 패거리들을 올해는 달집 안 질거 겉다고 파이쳐 뿐 거시 앵해 죽것네!
'맹글 사람들도 없는디 엔간허먼 한 해나 쉬제마는...!' 허는 생각이 듬서도 젊은 놈이 안 내다 보먼 안됭깨 느직허니 차를 몰고 나섰더마는 볼쑤로 부지런헌 할매, 아지매들이 맨날 이녁 몸뗑이도 못 이기서 죽것다 쌈서도 높은 산에서 아재들이 베 넹가 논 대나무를 끌고 내리 오는걸 채리 봉깨 기도 안 차그마 이~!
언능 차를 몰고 산 욱으로 올라가서 경운기로 실어 나르는 솔깽이를 두 차 실어다가 내라 놓고 염셍이 밥헌다고 끄다 재 논 짚단 여나무 뭇 빼다가 주고는 달집 짓는 거는 어른들헌티 맽기고 뒷수발이나 허는디...
날이 꾸물허더마는 산을 내리 옹깨 눈이 퍼 붓기 시작허는디 설을 꺼꿀로 쇴능가 입춘 지내고 낭깨 때늦개 뭔놈의 눈이 이리도 와 싸까 이~! 달집 질 직애는 눈도 엄청 퍼 붓더마는 그래도 다 짓고 어두버 징깨 인자 끈치는그마!
해나 밤에 손이라도 들랑가 시퍼서 아랫방 부섴에 군불 한부섴 밀어 여 놓고 대충 바뿐 일 정리 해 놓고는 각시랑 동내 아짐씨들이 정때 내 조물딱 기리서 맹글아 논 음석들을 차로 실어다가 할매 할아씨들이 달집 지 논 논배미에 풀어 농깨 달집을 의지 삼아서 언능 한 숟구락씩 퍼 묵고는 구름 새로 볼금기리는 달을 봄서 불을 지르는디...
암튼 쌈귀경허고 불귀경은 밥 싸 갖고 보로 간다는디 이런 산데미만헌 불뎅이를 가차이서 채리 보는 일이 이 날 아니먼 어디서 볼 거여?
속이 씨언허니 하늘이라도 태울 거 맹키로 타오르는 불지둥허고 새새로 장단 맞추덱끼 뻥!뻥!허고 대 터지는 소리에 일년동안 묵은 체증은 말 헐 것도 없고 넘을 미워허고 이 갈고 허던 감정들도 싹 다 꼬실라 삐리고 금새 뒤따라 올 봄을 지달리는 거제!
근디 예전에는 옹색헌 살림에 시집살이헌다고 맺친 거시 많응깨 달집 지 갖고 꼬시름서 속도 갈앉치고 그러라고 헌건디 요새사 배지가 불러서 걱정인 시상에서 낼모래 황천가는 페 끊어 놓고 차례만 지달리는 노인네들이 누가 시키까마까 몬춤 나서서 설치는 거는 뭔 일이당가?
사람 사는 거시 어디 밥만 묵고 살간디? 정이 있어야 살제! 일년에 낯빤닥 한두본 보까마까 허는 건석이 많으먼 뭣 허꺼여! 아그들 울음소리는 노래로 청 헐라고 해도 듣기가 에렙고, 동지섣달 진진 밤에 혼차 사는 노인네들 한숨 소리만 골무삭에 가득헌디... 그래도 언젠가는 여그도 봄 오것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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