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매나 베르고 베르던 둠벙이었던가.......!
어디 산을 가던지 강을 가던지 물이 멀금허고 찰방찰방해야 귀경헐 맛도 나고 젙에 앙거 쉿다 갈 맘도 생기는 벱인디 촌에 삼서 물허고 원수 진 일을 젂음서 살아 온 놈이라서 긍가는 몰라도 몰강물이 기냥 흘러 가는 거를 보먼 항시 아깐 생각이 든다.
나가 농사 진다고 군대 마치고 들어 온 뒤부터 여나무마지기 되는 달뱅이 논이랑 댓마지기되는 문중 시양답을 지 묵었는디 우리집 앞 논들은 그래도 한마지기 짜리도 있고 엔간허먼 반마지기 정도는 됭깨 달뱅이 중에서는 상답인디 요놈의 문중답 논배미는 말이 논이제 6~70배미나 되는 삿갓배미들이다 봉깨 논두덕은 오살나개 높으고 모 숭굴라고 방천을 해 부칠라먼 금쪽겉은 흙이 한테기라도 허실될까니 꽹이로 쫓고 맨발로 볼바 이기서 논두덕을 해 보르는디 하리에 몇 배미 허도 못험서 허리는 똥그라져 뿔라허고... 참말로 시방 생각해도 이가 뜩뜩 갈리는 일이었제!
그래도 그 논은 산 밑에 있어농깨 물 걱정은 안했는디 잡 앞엣 논은 물이 내리 오다가 벌안이 널러져서 양쪽으로 갈링깨 서로 물을 끄 땡길라고 농사철이 시작되먼 아부지는 아예 논두덕을 비고 잤는디 젊은 욕심에 물 걱정 좀 안허고 살아 볼라고 한 500미터나 떨어진 욱엣 논 젙에 사시장철 철철 흐르는 꼬랑에서 물을 땡기 온다고 빠이뿌를 댓동태 사다가 늘이서 달아 올라고 일을 시작했는디... 일을 벌리도 한참 날 가물 직애 시작해 농깨 옆 동내 논 쥔들이 이삐라 허꺼여?... 그 때 안 맞아 죽은거시 참말로 다행이었그마!
무단헌 지서리 허다가 비싼 빠이뿌 값만 날리 뿔고는 인자 꼬랑은 채리 보도 못허개 생기 삐맀고 가찬디서 물을 구해 본다고 농사 진디 새미 파서 쓰라고 나라에서 몇 푼 거들아 주는 걸 신청해 갖고 쬐깐헌 관정을 파는디 집 가치이 팔랑깨 등날에 언친 집이라 뭔 놈의 돌뻴따구들이 그리 여문고 하리내 쌔리 파도 문지만 폴폴 낭깨 몇 본 자리를 엥기던 기계가 인자 온 동냇 사람들이 다 퍼다 묵는 새미 젙에까지 기계를 끄다가 세우는디, "여그다가 파먼 새미물 허고 같은 물이껀디 파도 되껜다?" 허고 쎈찮아 헝깨 "암시랑도 않어! 짚이 파서 딴 줄 잡으먼 되는거여!" 허고 파 놓고 지는 보따리 싸 갖고 가 삐맀는디... 이그! 나 복에 난리제!
날이라도 좀 가물아 갖고 논에 물 좀 댈라고 물 푸는 기계를 돌리먼 한나잘이 안가서 웃통 아랫통있는 동냇새미가 문지가 나개 몰라 삐리는디, 실상 동냇새미라도 나 집 앞에 나 논 안에 있씅깨 나가 풀란다 허먼 못헐 것도 없는디 온 동애사람이 질어다 묵고 서답 뽈고 허는 새미를 몰루는 일은 말도 안되제! 그래도 영 날이 가물직애는 동내 어른들헌티 이약허고 나락 목이나 보돕시 추주고 허기는 했그마!
근디 그 모질고 징허던 시상이 가고 낭깨 달뱅이 논에는 감낭구 밤낭구 매화낭구들이 들어서고 물 욕심에 나 다리통만헌 빠이뿌가 들어 가는 큰 새미도 팠는디 기계가 좋아농깨 돌뎅이를 갈아냄서 130미터나 파는디도 하링깨 끝나뿔더마!
방구 질나먼 보리밥 떨어진다더마는 물 걱정 안허개 맹글아 농깨 논두덕 갓으로 숭거 논 감낭구들이 커 갖고 인자 나락 농사를 못 지 묵개 되삐리고 집집마다 새미를 파기도 허고 상수도 공사를 해서 부섴까지 물이 철철 넘어 들어 강깨 인자 새미에 나와서 서답 뽀는 왼내들도 없고 그럴 여개들도 안나서 아무도 안씅깨 새미물만 넘어 나는디, 동냇새미는 안쓰고 묵하 노먼 보타져 뿐다던디 그래도 새미물을 우리 집이라도 끄다 씅깨 긍가 아니먼 워낙에 자리를 존디 잡아서 긍가는 몰라도 아무리 가문 날이라도 아직까지 새미물이 모르는 벱이 없고 여름이먼 이가 시리개 찹고 삼동에는 난장에서 놀다가 꽁꽁 언 손을 여먼 손이 따땃허니 녹하 지는 아깐 물이 그냥 사시사철 꼬랑으로 흘러가는 거시 아까 죽을 판이라...
새미물이 나오는 디다가 한 평 택이나 되개 미나리꽝을 맹글아서 미나리를 숭거 농깨 일년내 싱싱헌 미나리는 잘 뜯어 묵고 거그서 넘어 나온 물을 논가운데로 꼬랑을 맹글아 돌리서 염셍이막을 돌아서 염셍이 목을 추주고 감낭구 밭에 풀어 논 달구새끼들도 믹이고 헝깨 좋기는 헌디 그래도 아까바서 언재 둠벙이나 크댐허니 파 갖고 붕어나 미꾸람지도 좀 여서 키워 노먼 주전부리 잘허는 나 주뎅이도 막고 잘허먼 가용돈도 좀 맹글아 쓰것다 시퍼서 몇 년 전부터 어디 산판이나 논 합배미 공사 허는 디서 돌 나오는거 주 모툴라고 아는 디는 다 찜을 여 놓고 했는디도 그거이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더마!
그러던 판에 지난 여름에 염셍이 키우던 막이 태풍에 날아가 삐리서 잘됐다 허고는 기왕 짓는 참에 딴 자리로 엥기고 봉깨 둠벙 팔 자리가 생깄는디 일이 될라고 긍가 산 가진 친구가 지 산을 석산으로 내 놨는디 공사허기 전에 거그서 돌 끄다 쓸라먼 쓰라는 기벨이 와서 장비 대 갖고 실어 나르는디 첨에 보기에는 괘않아 배기던 돌들이 엥길라고 봉깨 별로 안 여물고 잘 깨지는 황토돌들이다 봉깨 실어 나르던 기사들도 맘에 안들었덩가 딴디 도로 공사헌디서 나온 돌이 상구 났것다고 챙기다 주는그마!
욕심대로 마당 가운데다가 담뿌추럭으로 12대나 끄다 부라농깨 인자 언능 안 치우먼 걸리서 댕기도 못헐 판이라 죽이되든 밥이되든 언능 맹글아 치우자 허고 예정에도 없던 공사를 밀어 부칬는디 숟구락 차랑 딸딸이를 딜이 대 갖고 흙 파내는디만 꼬빡 하리가 걸리고, 암튼 나흘동안이나 엥기고 돌 싸고 따듬고 해 농깨 어줍짢으나 따나 덩치는 크댐헌 둠벙이 한 개가 집 앞 마당 갓에 들앙것는디 물 딜이는 날은 통수식헌다고 또 이웃 술꾼들은 다 불러다가 또 한잔 붓고 신바람 냈그마!
근디 산비렁에 있는 달뱅이 논 자린디 어찌나 흙살이 지푸고 고분지 서너자나 넘개 파 넹기는디도 참말로 독자갈 한 개도 안 비치고 찐듣찐득헌 찰흙만 나오는디 그 고분 속살을 뒤씨 까 내고 물을 채울랑깨 은근허니 겁도 나는디 쬐깐헌 새미에서 쫄쫄 흘러 나오는 물이 이틀 모칭깨 두자 짚이로 물이 방방허니 채이고 무넘기로 물이 넘어 나가는디... 티끌 모타서 태산도 맹근다더마는 기냥 꼬랑물로 놔놔뿔먼 그만이던 물이 자리를 잡아 앉치 농깨 인자 붕어도 놀고 미꾸람지도 놀고 연꽃도 피우고 험서 상구 일을 많이 허고 가는디... 아그들이 귀경허고 발 당그고 놀자리가 맹글아 졌씅깨 도서관에 놀로 오던 놈들이 하나라도 더 늘어 나것제?
각시랑 울 안에 있는 상사화랑 꽃무릇이랑 붓꽃허고 꽃창포를 돌틈새에다가 엥기 숭구고 중학교 연못에 가서 힉헌 꽃이 핀다는 연뿌렝이랑 꽃상추도 엥기다 숭구고 여그저그 들꽃들도 챙기다 숭구고 해 농깨 인자 뻘물이 가라 앉은 둠벙이 제대로 폼이 잽히는그마!
2,000평 정도 되는 땅 중에서 인자 '청용등 새마을 도서관'이 500평 정도 되는 자리를 차지헌 셈잉깨 이그들이 맙대로 뛰댕기고 놀만헌 운동장허고 연못이 생깄고 차차 잔디도 숭구고 돌도 깔고 해서 낭구 밑에 앙거 책도 보고 쉴 자리도 맹글아 갈 참인디 다른 땅도 짐승들이 있어 귀경거리가 됭깨 인자 아그들이나 많이 와 갖고 벅적기리기나 허먼 쓰것그마!
그나저나 앞으로도 헐 일이 만장 겉은디 죽으나 사나 나 몸뗑이로 다 때와야 됭깨 어디까지나 나가 맹글고 갈랑가는 모르것제마는 이 일을 쭉 허다보먼 늙그막에도 심심헐 일은 없쓸상 시푸네!
책 한 공이 모치서 2만공 짜리 도서관이 맹글아 지고, 물 한빵울이 모치서 이런 둠벙이 맹글아 진거 맹키로 인자 아그들이 감낭구에 감 열리덱끼 조랑조랑 달리먼 얼매나 좋으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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