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사는 촌놈

삼동농사로는 야들만 헌거시 없제!

농부2 2003. 12. 23. 08:50








넘들 다 해 묵는 짐장인디 뭐 별난거나 됭거 맹키로 걸어 비씨 싼다 허까 시퍼서 이약을 안 헐라고 했는디 기냥 넹구기도 뭣헝깨 양념 좀 보르고 넘어 가야 쓰것그마!


복에 난리라고 가실에 무시 배추 씨갓 허칠 직애는 때늦은 가실 장마에 다 녹아 뿔고 낭깨 배추값이 장난이 아닌디 기냥 첨부터 좀 비싼 짐장 한본 해 보자허고 달라 들었쓰먼 아무 걱정이 없는 건디 해나 좀 싼 걸 사 볼거나 시퍼서 배추밭으로 찾아 갔다가 참말로 젤로 비쌀 직애 아는 쥔을 만내 갖고 제대로 흥정도 못해 보고 실고 왔는디...









딴 때 반 빽끼 안되는디 그래도 접반이나 되는 배추랑 무시 한접을 사다 농깨 날이 추버져 갖고 해필이먼 젤로 추불직애 짐장헌다고 엄니랑 각시랑 골병 들었는디 넘들이 거들아 준다고 허기는 했제마는 복많은 나 각시 짐장거리 챙기고 장만허고 치닥거리를 다 허고 낭깨 몸살이 나갔고 한사날 욕 봐 삐맀네!


시상 남정네들 중에서도 나만큼 짐치 욕심 많은 놈도 얼매 안되꺼이다 시푼디 천하없이 잘 당근 지도 가실배추로 당근거 맹키로 맛이 안 나는디 어쩔 것이여? 긍깨 맨날 짐장철만 되먼 "많이 해라!" "못 허것소!" 허고 쌈허는 거시 일인디 올해는 배추값이 하도 비싸서 반만 허기로 허고 난중에라도 싸지먼 쫌 더 허기로 허고 말았그마!














짐장이라는 거시 사람만 많이 달라들먼 한자리서 뚝딱 끝나 삐리는 거시 아니라 통배추를 벌트라 갖고 소금물로 숨 쥑이는 시간이 제대로 맞아 떨어져야 허고 마침맞게 숨 죽은놈 건지 내 갖고 몰강물로 씻꺼서 물 빠주는 시간이 있어야 됭깨 하리나 이틀로 되는 거시 아니고 딱 사흘이 걸리는디 그 중에서도 젤로 심든 날이 양념 버물러 갖고 도가지에 쟁기는 날이그마!


배추 숨 죽는 동안에 꼬칫가리도 갈아다가 챙기놓고 젖갈도 댈일거는 댈이고 갈거는 갈아 놓고 찹쌀죽이니 생강 마늘 당근... 암튼 맛내개 허는 양념은 다 보태 버물르는디 몬춤 묵을 짐치에는 멜따구젖을 옇코 느직헌 봄에 묵을 짐치도가지에는 쌔비를 갈아 여서 배추 틈새기마다 보르고 무치서 담그는디 크댐헌 고무통에다가 몇 통이나 담아 닐이 논 양념을 채리봉깨 입이 몬춤 벌어지네 야!












그나저나 짐장도 짐장이제마는 나가 짐치 못잖케 좋아허는 거시 요놈의 씨래기라 많이 몰룰라고 했는디 짐장값이 비쌍깨 긍가 올해는 씨래기도 안 내뿌러서 전애는 채리보도 않던 배추 씨래기까지 다 영꺼 달아 부치 놨는디 야들 삼동에 푹 쌂아 갖고 붕어찜이나 고등어 찜 헐직애 깔아 갖고 해 묵어도 맛내고 미꾸람지 추어탕이나 낄이 묵어도 좋은디 이놈의 씨래기국은 일년 사철 맨날 묵어도 안질리는거 보먼 참말로 촌놈 주뎅이는 어쩔 수 없는개비여!


암튼 이것저것 다 장만 해 놔 놓고 인자 버물러 담을 일만 남았는디 된일 헐직애는 일꾼이나 귀경꾼이나 많아야 심이 덜 들제! 잘 볼라 재 논 배추는 한덩거리씩 이삐개 뭉치 감아 갖고 도가지에다가 바람 안 들어 가개 착착 쟁이 담는디 새새로 무시지도 박아 놨다가 빼 묵는 재미도 이저삐리먼 안되제! 그 판에는 몸뗑이로 거드는 사람도 있어야 허고 주뎅이로 거드는 사람도 있어야 헝깨 아나 어른이나 다 달라 붙는디 올해는 귀헌 손들이 와서 우접해 감서 담갔씅깨 무작허니 맛난 짐치가 되꺼그마!


울엄니! 도가지도가지 짐치를 담아놔 농깨 좋아서 암만이 없어 갖고 딸내들도 채리 배기고 아들내들도 채리 배기싸서 뭉치 내는디... 엄니! 나 묵을 거는 냉가 놓고 싸이다 이~!



















인자 욕은 봤으나따나 짐장을 호빡해서 재 놨씅깨 따신 밥에 지가닥만 걸치 조도 타박 안허고 자시고잔 분들은 암때라도 댕기 가시시이다! 씨래기 국도 안빠주고 언지 줄랑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