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사는 촌놈

짝수발 타기

농부2 2002. 2. 19. 11:43
제목 없음

설 잘들 쉬싰것지라?



촌놈이 일년 내내 지둘리던 설이 해딱 지나가 삐리고 낭깨 오지개 부잡을 떨고 손 오꺼이라고 온 집구석을 닦달허고 치움시롱 쎄가 났었는디 인자 애린 이빨 빠진거매이로 허전허거마니라!


전에는 보름날까장 설이었고 그것도 아쉬버 싸서 뒷날은 고마이날이라 해갖고 하루 더 놀고 했었는디 요새는 객지서 건석들이 오는 날이 설 시작이고 가는 날이 설 끝잉깨 그도저도 없는 사람들은 설도 없는거나 진배없구마니라!


우리사 할무니가 눈이 시퍼렇게 성해 계싱깨 한 집이서 하나썩만 세배를 와도 손이 끊이덜 안응깨 심심허덜 않고 남정네들이사 술상만 보둠고 해넹기먼 되는디 엔내들이 고상이 많기는 허제!


간만에 짬을 내 갖고 조카놈들이랑 옛적에 우리들이 장난허고 놀던 물건?들을 맹글아 줬는디 해 놓고 낭깨 아그들보담도 어른들이 더 재미나라 허등마!


참말로 대낭구 하나만 갖고도 이파리로는 배를 맹글고, 가는 대를 짱그라서 피리도 맹글고, 매디를 짱그라서 물총도 맹글고, 손구락만헌 대를 한발이나 되개 짱그라서 활이랑 화살촉이랑 맹그라 제립당구에 꼽아서 새잡는다고 설치고 싸 댕기거나 옆동내 아그들허고 동내쌈을 헌다고 떼로 몰리 댕김서 넘우 대그빡에 구녕을 내기도 허고, 동태 작데기를 맹그라서 온 동내를 설치고 댕김서 부잡을 떨고, 짝수발을 맹그라서 껀들껀들허니 골목질을 댕기고, 한뻼이나 데개 짱글아 넙덕허니 따듬어서 구멍 두개를 뚤어서 실을 끼 갖고 손으로 땡김시롱 노는 팔랑개비도 맹글고 허다 못해 뺑돌이채까장 멩글았씅깨 대낭구 하나만 있으먼 만사 땡이었제!

야튼 못맹그는 거시 없이 아그들이 싹 다 재주꾼들이었는디 요새사 누가 긍거 갤차 주기나 허고 그렁걸 갖고 아그들이 놀 여개나 있씁디여?


그래서 이참에 팔랑개비랑 물총이랑 짝수발(죽마)이랑 몇 볼 장만해 놨더마는 물총은 날이 춥어서 요새 갖고 놀 철이 아닌디도 신기해 싸서 아그들이 손 시린줄도 모르고 잘 갖고 놀더만!

짝수발은 세배허로 온 어른들이 옛날 깨복쟁이 시절 생각해 감시롱 한 본씩 뒤뚱기리고 타는디 그래도 가락이 있어 갖고 제복사이로 타고 댕김시롱 새끼들헌티 타는 벱을 갤차주고 긍걸 봉깨 잘했다 싶덩마!


설 쉬고 노니라고 여개가 없어서 며칠 뜸벙했덩마는 그참에도 많이들 댕기 가싰구만이라! 다들 복 많이 받으시고 싹 다 맘 부자들 되먼 쓰것구만요! 맘만 부자되먼 다른 걱정은 헐것이 없을 상 시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