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사는 촌놈

정월 대보름 달집놀이

농부2 2002. 2. 28. 09:06




다들 뭐이 그리 바뿐고!





 


          다들
뭐이 그리 바뿐고!


 





뭐땜시 달집을 쎄가 나개 맹글아 놓고는 불을 놔서 꼬실라
삐리능가는 모르것는디 야튼간에 달집 짓는 것은 온 동내 사람들이 아직부텀 모이서 심을 모타서 맹그는 큰 일이다.

요생깨 대낭구가
값이 없어서 누가 몇 개 비 가도 머락허지는 안는디 예전에는 대낭구 하나도 금쪽 겉응깨 쥔 모르개 대밭마다 돔시롱 어른들 폴뚝만헌 왕대를 몇
개씩 베다가 모투고.....(쥔 모르개 돌라 온다고 생각했는디 실상은 쥔들도 암시롱도 대강 눈감아 줬씅깨 벳제 참말로 맘 묵고 말깃으먼 손이나
댔것어? 꿈도 몬꿀 일이제?)

독살시런 산주들이 쎄가나개 말기서 홉씬 욱어져 있는 까끔에 가서 솔낭구 가쟁이를 뿐질라서
끄내리고.....

집집을 돔시롱 산데미거치 쌓아 논 짚베늘에서 두세 뭇씩 짚단을 얻어 내던지 돌라 내던지 빼내서 메
내고.......

몬춤 대나무로 삼발이를 맹글아 가운데 지둥을 맹글아 세운 담에 새새로 솔깽이를 착착 찡구고 씨우고 벼늘을 올리는디
새새로 짚단을 통째로 찡가 올리서 불쏘시개가 제대로 돼되서 쌩낭구에 불이 잘 타개 맹근다.



아직질 내내 더우폴로 댕기고, 찰밥 얻으로 댕기고, 하루에
아홉 끼니를 묵어야 헌다느니, 열두 끄니를 묵어사 쓴다느니 묵니라고 정신이 없다가 정심을 묵고나먼 온 동내 아~라는 아~들은 젝제금 손에 맞는
연장을 챙기 갖고 나와서 까끔으로 가는 놈, 대밭으로 가는 놈, 동네를 돔시롱 짚단을 챙기는 놈, 한 놈이 나서먼 제 허고 잡은대로 따라 나서먼
뎅깨 누가 이리가라 저리가라 간섭헐 일도 없다.

인자사 보돕시 걸음질 허는 놈도 댓가쟁이 한 개 끄오고, 심이 좀 있는 놈은
솔낭구를 하나 잡아 메 내리고........

심이 있는 놈은 심으로, 심이 없는 사람은 설날부텀 보름내내 묵고도 해나 느직허니
손이라도 들까니 재끼놓고 냉가놨던 쑥떡이나 보름날 맹근 찰밥이나 무시를 넙적넙적허니 썰어서 맹근 왁다지랑 짐국이랑 너물새들을 챙기들고 동내
앞으로 모이든다.

큰 질에서 벗어나 동내 들어서는 세걸음질 한가운데다가 달집을 세우는디 어른들 한둘이서 시키기만 허고 달집 세울
때만 거들제 베고 끄나르는 일들은 싹 다 아그들 모가치다.

어른들은 보름 전날부텀, 큰 동내는 초열흘이 지남서부텀 온 동내방내
집이라는 집은 다 돔시롱 매구치고 술 묵니라고 정신이 없씅깨 이런 일을 헐 여개도 없고 여개가 있다허더러도 아들 일은 아들헌티 맷끼고 보고만
있다가 나중에사 와 갖고 잘했느니 못했느니 트자구나 잡고 불이나 지르는 일이나 헌다.

아그들은 겨울내 갖고 놀던 연을 들고 나와서
달집 욱에다 달고 어른들은 집안에서 숭쿠고 있던 해찰스런 서답 찌끄레기나 넘헌티 배기기 에러분 것들을 몰래 숭카다가 달집 속에 찡가 옇는디
동내를 돔시롱 매구를 치던 어른들도 해거름판이되먼 달집진디로 모이든다.

동네 까끔에 달이 뺑그시 나오는상 시프먼 불을 지르는디
서쪽에 있는 동내들이 몬춤 불을 지르고 나서 한참이나 있써야 동쪽 산에도 달이 비치는디 달집 밑에 불쌀개로 찡가 논 짚토매에 불을 댕기먼 눈도
깜짝 안해서 불이 달집 끄터리까장 뻗치는디 어메! 사람들이 불나는거 보먼 환장허는거 있제! 있는 심껏 소락떼기를 지름시롱 박수를 치고 매구를
치고 허는디 참말로 미치고 폴딱뛴다는 말 그대로여!




한쪽에서는 깽매구를 치는 깽쇠 뒤를 따라 북 치고 장구 치고 징을 침시롱 따라
돌고 벅구라도 주 든놈은 신이나서 항꾸내 도는디 암것도 없는 사람들은 덩실덩실 춤을 춤시롱 돌고 간혹가다가 가운데 세워 논 대낭구가 터짐시롱
“뻥!”허고 대포 소리를 내먼 “와아!”하고 소락떼기를 지르고 만세를 부르고 신이나서 불이 사그라질 때까장 달집을 돈다.

나잇살이나
든 아지매들이나 할매들은 그저 바깥에 나가 있는 우리 새끼 잘되라고, 우리 서방 몸 성허라고, 중얼중얼 주 셍기쌈서 밤새도록 절을 허고 비는디
이녁 좋으라고 허지는 않았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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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무니를
따라와서 밤새 절을허는 이 꼬맹이는 뭐시 그리 소원일까라?


 


달집이 어떤 쪽으로 자빠지냐허는 것으로 풍년이 드네 숭년이 드네 허기도 했는디 그런거는
잠시 잠깐이고 불이 잦아 들고 깡통에 불씨를 담아 돌리고 놀던 꼬맹이들도 밤이 이슥해져서 집으로 들어가먼 동내 청년들은 주구 엄니 치매나 저고리
돌라 입고 낯바닥에 숯껌장을 딜이 보르던지 탈을 쓰고 깡통이나 냄비를 뚜듬시롱 거지맹키로 끼미갖고 동냥을 나선다.

묵다 남은
떡이던지 찰밥이던지 술이나 돈을 주는대로 받고 도는디 참말로 잘 끼미서 나간 사람은 밤새도록 “저놈이 뉘 새끼당가?”허고 동내 사람들이 몰라볼
정도로 능청을 떨고 숭을 쓰고 댕기는디 그런걸 보고 쫓차 댕기는 재미는 요새 코메디는 새발에 피제!

아직애 찰밥도 묵고 귀볼기술도
묵었제마는 어디가서 더우 폴 놈도 없고.....

얼게미를 들고 찰밥을 얻어 보먼 뉘집은 찰서숙을 몽창 여서 쫀득쫀득허니 맛있고, 
뉘집은 쑤시만 몽창 들었고, 뉘집은 밤에다가 호박꼬지를 여서 달짝지근허니 입에 짝 달라 붙었는디...

오늘 밤에도 보름달은 하늘이
꼬장을 직이는 바람에 배기지도 안했제마는 달집도 짓고, 매구도 치고, 술도 묵고, 신이나게 놀기는 했는디, 거그 모친 사람들 중에서는 나가
젤로 아~덩마!

다들 뭐이 그리 바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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