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사는 촌놈

죽순 잔치 하는 날!

농부2 2002. 5. 30. 18:18




죽순 잔치




     죽순 잔치


 

낭구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사람 사는디 대낭구만큼 항시 젙에 붙어 댕기는 놈도 드물다. 요새는 도시서 이
놈을 보기가 어렵것제마는 촌에서는 아직도 여러 가지로 잘 써 묵고 있는디 봄이먼
죽신 묵는 재미를 빠자 놀 수가 없다.



이 그림은 보통 왜대라고 부르는 맹종죽 죽신인디 옛날에 중국 맹종이라는 사람이 삼동에
죽순이 묵고 잡다는 연로한 모친을 위해 눈 덮힌  대밭에 가서 죽순을 찾는디
삼동에 뭔 놈의 죽신이 있것능가? 아무리 뒤지 봐도 안 배기고 죽엄니 원을 몬
풀어 주것능깨 속이 상허고 애가 타서 대밭에 퍼주고 앙거서 엉엉 울었다는그만! 얼매나
서럽게 눈물을 한동우나 흘림시롱 울었던지 눈물 떨어 진디가 땅이 녹아 농깨 그 자리에 죽순이 밀고
올라 오더라 안 헝가? 그걸 캐다가 죽엄니 원을 풀어 주고 오래오래 살개 했다고 해서 이
죽순을 ‘맹종죽’이라 허는디
나는 뭐땀시 중국에서 들어 온 대를 왜대라고 허는지는 이해가 안되그마.

우리집 대밭은 솜대(분죽)라고 허는 대들 뿐이라서 죽신이 늦개 낭깨 죽신 좋아허는
나가 봄만 되먼 젤 몬춤 넹기다 보는 대밭이 따로 있는디 암때나 묵고 잡을 직애 꽹이 자루
둘치 메고 가서 캐다가 푹 삶아 갖고 장만해서 대밭 쥔을 불러 내서 초무침 맹그라 쐬주 한잔
험서 묵어 삐리먼 만사 땡이제!


돌라다가 숭카 놓고 혼차 묵덩가 폴아서 돈이나 허먼 도둑놈이 되것제마는 쥔들
바빠서 내다 파니라고 정신없어서 맛도 못보는디 싹 다 장만해 갖고 맛내개 묵게
해 주먼 돌라다 묵는 주제에 에나 더 큰소리를 치능구만!


죽신을 우아래만 똥그라 내고 톰박을 내 갖고 껍데기채 가마솥에다가 여서 푹
고운다 시피 매매 쌂아야 허는디 쌀뜨물을 옇덩가 쌀죽제를 여서 쌂으먼 떫은 맛이
안나개 되고, 건지 낸 죽신은 물에 오래 당가 노먼 맛이 떨어징깨 언능 건지서 해
묵는 것이 좋다네!


그래도 넘우 죽신은 많이 캐 올라먼 미안헝깨 맛이나 쬐끔 보고 진짜로 포식허는거는
우리 대밭에 죽신이 올라 와야 푸진디 전에 댓금 좋을 직애는 해나 누가 캐 갈까니
지키니라고 난리였는디 요새는 금도  없고 매실 숭거 논디로  뻔치 들어와서
낭구에 그늘만 맹글고 헝깨 아부지가 밭에 갈 직애 마다 한짐씩 뿔라 오는거 쌂아
장만허기도 바뿌네!.


울 할무늬는 뭔 일이덩가 맺기주먼 질로 좋아허싱깨 죽순을 안치놓기만 허먼 불
때는 것은 할무늬 모가친디 빙원에 기실 직애는 인자 아무 일도 못허고 누서 사실랑갑다
허고 애를 터잤는디 나오고 낭깨 도로 심이 나는 모냥이라 안거서 부 때는 일은 아직도
끄떡없이 해내는디 죽신이 하도 커 농깨 몇 톰박 안 여도 솥단지가 차 뿌러서 여러솥으로
갈라 쌂아야 허는디 정때 내 불 때는 일도 쉬분 일은 아니금마!



쌂아진 죽신을 든내고 찬물에 당가 식하서 껍데기를 벳기 내고 찢어 몰루고
허는 일은 어무니 모가친디 이리 장만해 놨다가 난중에
귀헌 손 올 직애 너물로 무치 묵기도 허고 비니루 봉다리에 여서 얼라 놨다가 묵고
잡을 직애 내 묵는디 우선에는 따땃헐 직애 새큼허니 초고추장을 맹글아 갖고 둘러
앙거서 술안주로 묵는 맛이 최고로 좋제!


 


어른들이 쎄가나개 장만해 노먼 생색내고 묵어 조지는 일이 나가 허는 일인디
통채로 들고 나가서 달밤에 술안주로 호빡 퍼 묵고 노래허고 노는디 놀부가 따로
없고 베짱이가 따로 없을거구만!


죽신은 고혈압 있는 사람이나 살찐 사람들이 묵으먼 좋은디 좋다고 너무 많이
묵어 노먼 대리기도 허는디 어디 대리도록 묵을 죽신이나 있것어?


대낭구는 죽신 때부터 쪄 묵고 무치 묵고 허는 요리 뿐만 아니라 대낭구
속껍질이나 쌩대를 불에 꾸서 지름을 내 갖고 약으로 쓰기도 허고 이파리는 이파리대로
쓰고 요새는 허다못해 대낭구로 숯을 꾸 갖고 묵고 보르고 별 놈의 지서리를 다 허던디 진짜배기는
큰 왕대를 양쪽 매디가 맥히개 짱그라서 물 안들어가는 옛날 푸세식 똥통 속에다가
한 2년 푹 당가 노먼 시나부로 똥물이 배이 들어 감서 궂은 거는 대껍데기가 걸러 내고
진짜배기만 모타지는디 똥내는 한나도 안나고 볼그레허니 잘 당가진 장맹키로 모타
진거는 뚜드라 맞아 허리가 뿔라진 사람도 고치 낼만큼 좋은 약이라서 옛날에는 깡패들이
많이 해 묵고 그런 귀헌 약인디 인자는 그런 통시가 없씅깨 귀경허기도 에럽게 되뿌렀구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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