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사는 촌놈

우리 할머니(열번째 이야기)

농부2 2002. 6. 8. 16:27




제목 없음





울 할무니가 일 내삐맀네요!


color=#006060 size=2>낮에 호박하우스 허는 성님이 항꾸내 정심을 묵자고 해서 모치서 묵고 막 숟구락을 놓는디 쇠 우는
소리(핸드폰)가 난다.

뭔 일인가 시퍼서 밭응깨 이우제 사는 아지맨디 할무니가 식초(원액:빙초산)를 마싰는디 택시를 태워 보냈씅깨
언능 병원으로 모시 가라는 기별이다.

“아따매! 울 할무니가 요새 잠잠허더마는 오늘 일 내삐맀능갑소! 식초를 자시 뿌릿다는디 나
빠뿡깨 몬춤 인날란디 찬찬허니 자시시요 이~!”  “할무니가 식초를 뭘라고 자싯쓰까? 그런 걸 암디나 놔 둥가?” “찬장 안에 숭카 놔도 뭐
몰래 숭카 놓고 묵능가 시퍼서 맨날 뒤지덩마는 엄니가 사다 논 걸 묵는 거나 되는가 시퍼서 따라 마싯는 갑는디 큰 일이나 날랍디여?”


말은 그러코롬 허고 감서도 걱정은 되고 맨날 해찰을 지기고 댕기는 거시 부애도 나고 근다.

할무니는 정신도 멀쩡허고
말도 잘 허시는 폼이 많이는 안 자신상 시퍼 배기고 엄니가 우유를 자시개 해서 속을 씻껐당깨 쬐끔 맘은 놓이는디 그래도 가깝운디 있는 종합
빙원으로 모시고 강깨 반굉일이제마는 응급실에는 의사 선상님들이 기시서 속이나 쬐끔 씻꺼내고 허먼 낫것제 허고 큰 걱정을 안했는디, 의사 선상님이
“빙초산을 많이 먹으먼 식도가 헤어지는 것만 아니라 식도가 오그라들어 붙어 버릴 수가 있으니까 호스를 끼워서 위세척도 하고 식도가 오그라들지
않도록 해야 됩니다! 다 나을 때 까지는 물이고 뭐고 아무 것도 먹으면 안되니까 조심하세요!” 하는디 이거시 보통 일이 아니다 시푸네!


할무니가 생전 콧구녕에서 목구녕으로 해서 배지에다가 고무 대롱을 쑤시 넣는 일을 당해 본 사람인가? 의사 선상 둘 허고 간호사까지
달라들어서 억지로 밀어 옇는디 아이고! 우리 할무니 빙 나술라다가 더 쥑이개 생깃는디 환장허겄더만!

그래도 안글먼 안된당깨 보돕시
뱃속 청소는 해 놨는디 인자 콧구녕에 찡가 논 호스가 까깝해서 손만 노먼 잡아 뺄라고 난린디 폴뚝에다가는 주사를 꼽아 놓고 닝게루를 두 봉다리나
달아 매 갖고 중환자실로 엥기농깨 거그는 영판 많이 아푼 사람들만 있어서 눈만 뻐꿈허니 뜨고 있는 사람, 천지다가 대롱을 매고 죽은 덱끼 누버
있는 사람들 새에서 그래도 한참도 안 쉬고 몸에 찡긴 대롱을 뺄라고 난리고 목이 붓어서 춤도 못 생킹깨 가래는 끓어서 시간 마차 안 빼내먼 숨도
못쉰디 그래도 쉴 새 없이 뭐시 그리 궁금헌 일도 많은지 입이 한시도 가만 안 있다.

“어떤 죽일 놈이 날 죽일라고 그런 걸 사다
놔 갖고 나를 이 고생을 시킨다냐?” 무단허니 엄니가 버짐에 바른다고 식초 사다 논 걸 욕도 허다가 “긍깨 암거나 몬치지 마랑깨 해찰 직이
쌓텅마는 인자 욕 좀 보개 생기구만! 여그서도 자꾸 의사선상님 말 안들으먼 언능 집이 못 강깨 가만 누서 시키는 대로 허이다 이~!” 허고
사정을 허먼 당장은 알아 듣는거 맹키로 허다가도 쬐끔만 안 보먼 또 주사랑 대롱이랑 빼낼라고 손이 올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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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은 3층에 있었는디 길 건너편 3층에는 헬쓴가 뭔가 묵고 살빼는 사람들이
모치 노는딘디 이짝을 보고 저짝을 보먼 참 같은 시상을 삼시롱도 이러코롬 다르개 살까 시푼디, 한쪽에서는 달랑기리는 숨줄을 안 놀라고 누서 죽니
사니 허고 땀을 빼는디 유리창 너머 한쪽에서는 무답시 잘 묵고 나서는 맨바닥을 궁굴고 뛰 댐서 살 뺀다고 억지로 쌩땀을 빼고 있으니 우습기도
허다.

그래도 많이 안 자싯다니까 낼 보자는 말에 기대를 갖고 알먼 걱정들헝깨 바깥에 있는 건석들헌티는 암디도 안 갤차 주고
밤에는 각시허고 둘째놈이 보초를 서기로 허고 나왔다가 담날 일찍허니 엄니 모시고 들어가 교대를 허고.......

밤새 잠 한숨
못자고 버티농깨 각시도 하루내 시들시들헌디 공일이라 퇴원은 안된당깨 또 하루 더 전디사 쓰겄는디 할무니를 통 뭘 묵개 해야 말이제!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하루 세 끼니는 안 이저 삐리고 챙기 자시는 우리 할무닌디 이틀을 물 한방울 입에 못 옇게 허니 어쩌것는가?
밥 안주냐고 난린디 이거 기냥 집이서 죽이나 낄이 자시개 험서 나술 껀디 무답시 빙원으로 모시 갖고 궁가 직이는거 아닌가 모르것네? 허는 생각이
드는디 폼새가 언능 안놔줄상 시퍼서 순천 기시는 셋째아들헌티 기별을 했더마는 그래도 금새 오시 갖고 엄니랑 낮에 젙에서 돌보시다가 저녁에는 또
각시랑 둘째놈이랑 바통을 받아 갖고 날을 새고......

그 새를 못 참아서 콧구녕에 찡가 논 고무 대롱을 잡아 빼 내 삐리서
의사들이 몰리 와서 또 찡굴라고 허는디 할무니도 심이 보통이 넘응깨 더 허다가는 울할무니 살루는 거시 아니라 그 자리서 직이것다 싶어서 포기허고
결국은 잠자는 주사를 놔 갖고 보돕시 다시 찡가서 내시경을 밀어 여서 딜이다 봉깨 밥줄허고 밥통이 헐어 삐릿씅깨 물 한보금도 묵으먼
안된다는구만!

이틀밤을 보내고 사흘째는 작은 어무니가 와서 봐 주싰는디 “집이는 어디 사는디 여그 와서 고상을 허요! 우리
새끼들은 싹 다 어디가 삐맀다요? 나가 제 놈들을 어찌 키워 놨는디 밥 한 숟구락도 안주고 날 내삐리 놓고 어디가 삐맀다요?” 험서 떨어져 사는
작은며느리를 알아 보도 못허고 엉뚱헌 소리를 해 대고 쬐끔만 한눈 폴먼 폴뚝에 박아 논 주사 바늘을 빼 내 삐리서 다시 찡구고 허다봉깨 혈관이
터져서 온 폴뚝이 시퍼러니 멍이 들어 보도 못헐 지경이라 난중에를 발목에다가 찡가농깨 언능 손이 안당깨 쬐끔 나슨디 그것도 걷어 내고 집이
간다고 우리만 찾는 바람에 한숨도 못자고 애를 묵었다는구만!

‘우리는 핑생을 보고 사는디 하루밤 보기도 심들지라?’ 허는 생각도
들고 울할무니가 훈련은 잘 시킨다 시픈 생각도 드는디 할무니가 죽을 병이 든 것이 아니라 시간만 가먼 나슬 빙잉깨 고상이나 안허먼 쓰것는디 별
것도 아닌상 시푼디 의사들이 통 놔 줄 생각을 안헝깨 환장허것더마!

중환자실에서 사흘 밤을 지내고 낭깨 일반실로 엥기 주는디
목구녕에서 자꾸 생기는 가래를 빼 내는 기계가 있어야 헌담서 특실로 모시라그만! 그동안 중환자실에서 기동도 못허고 숨도 제대로 못 쉼서 생사를
오락가락허는 분들도 기싰는디 하도 소란을 많이 피 쌍깨 미안해 죽겄덩마는 맘은 좀 편헌디 거그서는 옆에 있는 사람들이 봐 주기도 헝깨 수월했는디
여그서는 죽으나 사나 우리 건석들이 지키야 헝깨 맨맛허니 울엄니만 죽어 나는구만!

항시 붙어 사는 엄니나 각시랑 손주가 항꾸내
있을 직애는 그래도 맘이 놓이는지 괜찮은디 딴 사람들만 있으먼 무답시 맘이 안놓이는지 더 소란을 피고 헝깨 넘헌티 맺기지도 못 허고 우리 각시가
밤이먼 빙원가서 밤 새고 낮에는 집이 와서 일허고 허는디 까딱허다가는 할무니 땜시 온 건석 다 잡개 생깄구만!

나흘째 밤에는 서울
사는 누님이 와서 항꾸내 거들고, 닷새째는 여동생이 내리와서 누님이랑 항꾸내 지킨다고 해서 좋아라 허고 맺기고 왔는디 새복부텀 전화가 와서 언능
들어오라고 야단이다.

부르덩가 말덩가 안 봐도 뻔 헝깨 아침밥을 챙기 묵고 들어 가서 의사 선상님헌티 쬐끔이라도 이상이 있으먼
언능 모시고 올랑깨 울할무니 집이 좀 보내 주라고 사정사정 해서 보돕시 허락을 받았는디 빙원비를 치루는 일도 할무니가 약을 잡순 거시라
보험처리가 안된다는 걸 정신이 없어서 자신 거제 죽을라고 자신 거시 아니란걸 보험공단에서 두본이나 와 갖고 확인을 허고.... 여러 가지로
부잡을 떨고는 보돕시 집이로 모시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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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난리를 피우고 몬 견디더마는 집이 딱 모시다 농깨 금새 맘이 놓이는지 죽만
믹이래서 죽을 낄이 중깨 한끼니 묵어 보덩마는 죽어도 안 묵는다고 밥을 달라는디 닷새나 빈 속에 해나 탈이라도 날까니 겁도 나고 허는디 하도
주라쌍깨 쬐끔 디릿덩마는 자시고도 별 탈이 없고 또다시 우알로 설치고 댕기신다.

첨에 한 이틀은 어디가 아푸요? 허먼 가심이
절린다고 허덩마는 그것도 인자 풀리삐린상 시푸고 이틀 뒤에는 꼭 모시고 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의사 선상님이 신신당부를 허싰는디 또 모시고 가서
안 좋다허먼 잡아 앉칠까미 모시고 갈 염도 못 허고 있는디 주구들이 우리할무니를 몰라서 글체 핑생 약이라고는 모르고 넘우거 샘 안내고 사신
분인디 그까짓 집이 있는 식초 쬐끔 마신 거 갖고 끄떡이나 헐줄 알고?

요새 또다시 엄니허고 서로 풀 맬라고 쌈허고 방마다 댕김서
쑤시 깨배고 전애 허던 해찰을 더 허고 댕기 시는디 넘들은 “할무니가 존 주사 맞고 속 청소를 야무개 했씅깨 앞으로도 십년은 까딱 없것네
이~!” 허시는디, 아매 우리할무니가 새끼들 잘 허는가 볼라고 비상소집 훈련 한본 헌 거 같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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