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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하나 지으면서 기적이라고 떠드는 나라!

농부2 2003. 5. 28. 19:23




도서관 이야기(2)








size=2>작은 도서관 이야기(2)


 


도서관 하나 지으면서 기적이라고 떠드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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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가물더니 모처럼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듣고 뒤늦게나마 매화밭에 웃거름을 하고 돌아오니 반가운 손님들이
몰려와 있다. 지난번에 다녀간 수정이와 수지가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온 것인데 조용하던 집이 온통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웃으니 감나무도 염소도 닭도 다 웃는 것 같고 온 집이 웃음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토끼장으로, 닭장으로, 염소 우리를 돌며 뛰어 다니는 아이들, 그네를 타고 놀다가 금방 우물가에서 개구리를 잡고
달팽이 잡는 아이들, 작년에는 따 먹을 사람이 없어서 버리고 말았던 보리수나무 밑에 매달려 열매를 따 먹던 녀석들이 금방 다른 곳으로 몰려가서
떠드는데 한 녀석은 열매도 먹고 싶고 아이들 웃는 소리가 궁금하기도 한지 나무밑에 남아 몇 개 더 따 먹더니 결국은 먹는 일도 팽개치고
달려간다. 아이들은 친구가 제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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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통에도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는 녀석들도 있고 아이들을 따라 온 어머니는 도서관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책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동안 따로 주인도 없고 손님도 없이 모두가 주인인 도서관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를 몰라 부족한 머리로 온갖 궁리를
다 해도 대책이 안 섰는데 이제 보니 그 방법이 보이는 듯하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도서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와서 재미있고 즐거운 곳으로 만들면 간단한 일인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처음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기본적인 시설들을 갖춘 후에 개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시간과 돈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니니 언제 그것이 이루어질까를 생각하면 암담하기까지 했는데... 오늘 보니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부족하고 정리되지 않은 현재 그대로에서도
이용해 가면서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일들을 혼자 다 할 수는 없는 형편이고 나만 좋겠다고 하는 일이 아니기에 누구든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힘과 생각을 합쳐 딱딱하지 않고, 오락실이나 게임방에 못하지 않은 즐거움과 재미가 있는 도서관을 만들 수 없을까? 누구나 가 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자기 손으로 만든 도서관이라면 더 관심과 애착도 생길 것이니까 책을 읽고 안 읽고는 그 다음
문제이다.


그동안 아이들과 멀리 떨어지는 것만 걱정했었는데 오늘 온 열 명이 스무 명이 되고 백 명이 되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우선 먼저 온 손님들부터 잘 대접해서 자꾸자꾸 오도록 해야 광고도 되고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겠지... 아내가 감나무 밭에서 크는 닭들이 낳은 싱싱한 달걀을 한판 삶아 내 와서 한참 노는데 정신이 없는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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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맛있지? 많이들 먹어라! 여기 오니 재미있냐?" "예~!" "담 주에도 또 올래?" "예!" "담에 오면
지금 암탉이 품고 있는 알에서 병아리도 나올 테니까 구경시켜 주마!" "한 마리 주면 안돼요?" "줘도 너희들 집에서는 쉽게 못 키우니까 자주
와서 크는 걸 보면 어때?" "좋아요! 그럴께요!" "너희들 열심히 책도 잘보고 하면 나중에 아저씨가 닭불고기도 해 줄 수 있어!" "정말로요?
아! 맛있겠다! 여기서 자고 가면 안돼요?" "자고 가는 것은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 다음에 부모님이랑 함께 오던지 허락을 받고 오던지
해라!" "얘는 저희 엄마가 동생만 예뻐하고 저만 꾸중해서 가출하고 싶대요~!" "그럼 나중에 엄마랑 함께 놀러 오너라!" 느티나무 아래 대나무
와상에 모여 앉아 아이들이 챙겨 온 빵이랑 삶은 달걀을 나누어 먹으면서 재잘대는 소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녁때가 되어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부모들이 챙겨 떠난 마당에는 아이들 웃음소리들이, 감나무에도, 느티나무에도,
그네에도 걸려 있는 듯한데... 세상사는 재미가 또 하나 늘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인다!


***


처음 새마을 문고를 만들 때도 지금처럼 가슴이 설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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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 1월 군대를 제대하고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기껏 가르쳐 놓으니 농사나 진다고 좋지 않게 보는 시선들도 많았지만
그 때는 참 꿈도 다부졌었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비닐하우스를 지어 오이 농사를 지으면서 고생도 많았지만 보람도 있었고 마을에는 청년들도
많아서 함께 어울려서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절에 한창 마을마다 유행하던 새마을 문고를 청소년 단체에서 만들어 보자는 뜻을
모았다. 그 해 여름에 마을회관 구석방에다가 저마다 집에 있는 책들을 가져와서 500권정도 되는 책들을 책꽂이도 없이 방바닥에 벽을 따라 기대어
세워 놓고 시작한 것이 시초였는데 감히 지금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와! 그 때 사진이 용케도 한 장 남았그마
이~!)


그나마도 제대로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은 변변치 않았던 것인데 그래도 아이들은 책을 읽으러 모여 들었고 청년들도
돌려가면서 재미있는 책을 읽기도 하였다. 그 때는 한창 새마을 운동이 왕성하던 시기였고 농촌 인구도 많았던 시절이라 마을마다 아이들이 넘쳤고
우리 마을도 40여 호 되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아이들이 집집마다 하나 둘 정도는 있었지만 동화책을 사서 읽힐 만큼 여유가 있는 집들은 많지
않았다.


똘마니 대장처럼 청소년들을 모아 경로잔치나 공동 행사를 치르며 행사비를 제하고 남는 이익금으로 문고 비품들을 중고
가구점을 뒤져서 책걸상을 마련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전혀 없으니 책꽂이는 각목과 판자를 구해서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세웠지만 모자라는 책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광양군내에서도 각 면내에 두세 개 마을은 문고가 운영되고 있었으니 군 전체 문고는 수 십 곳이었는데, 군내 문고
경진대회를 통하여 서로 운영 상태를 비교하고 선의의 경쟁을 해 가던 때라 서로들 책을 구하는 일에 혈안이 되다 시피 하였다.


마을을 떠나 도시에서 성공한 출향 인사들의 도움을 받기라도 하는 마을문고는 사기가 충천하였고 문고도 번성하였는데
그렇지 못한 처지에 있는 곳은 일년에 한두 번 '농어촌 책 보내기 운동'으로 모아진 책이 새마을 지회를 통해 공급되는 것을 서로 많이 가져가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였다. 그러나 그 행사에서 지원되는 책들은 양은 많으나 품질에서는 2~30% 정도가 겨우 활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던 나이에 책들이 가득가득한 이웃 문고들을 보고 부러울 수밖에 없었고 언젠가는 우리도 이만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 그 때부터 모자라는 책을 구하기 위한 구걸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던 제일 먼저 책꽂이가 보였고 가끔씩 서울
나들이를 할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올 때는 무겁고 힘든 여행을 감수하고 책들을 모아 들였다.


지금처럼 좋아졌다는 시절에도 도서관 하나 만들면서 기적이라고 떠들썩하게 수선을 피우는데, 그 어렵던 시절에도 전국
방방곡곡에는 20,000 여개의 도서관이라고 부를 수도 없이 작은 문고들이 풀뿌리처럼 얽혀 있었다. 그들은 어떤 지원이나 보수도 없고 명예도
없는 일을 하면서 그래도 농촌에 희망을 가꾸기 위하여 발버둥치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기적은 도서관도 없으면서 이렇게 열강들 속에서 버티고 서 있다는 사실이
기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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